"여성환자 진료중 '최대한 안 보겠다'던 의사…몰카 찍었다"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2021.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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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에게 청진 중 몰카를 찍혔다는 예비신부의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의사는 지난달 8일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행위라 생각해 협조했는데…자책중"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에게 청진 중 몰카를 찍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로 최근 자신이 병원 몰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추석 연휴에 경찰로부터 "범죄 피해자인 것 같다. 모 병원에서 청진한 적 있으시죠?"라는 전화를 받고 급히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간 그는 "제가 진료실에 앉아있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보니 그제서야 실감이 조금씩 나면서 역겨웠다"며 "수사관이 최선을 다해주셨지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최대한 꾹 참고 조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나를 포함하고서인지, 제외하고서인지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9명이나 피해자가 있다더라"며 "(의사가) 이틀간 몰카를 찍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상세불명의 흉통과 숨차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던 A씨는 "가해 의사는 상당히 친절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백신 부작용 등을 염려해 병원을 찾은 것이라 더 절박했다"면서 "의사는 그 심리를 이용해 친절하게 '여성분들은 청진을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동의를 구하는 듯 행동했다. '불편하면 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러나 청진을 하는것이 더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청진에 응했다.

A씨는 "청진을 두 번 했는데 둘 다 옷을 조금 더 위까지 올리도록 했다. 대신 '최대한 안보겠다'며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로 시선을 향한 뒤 손만 움직였다. 그때도 자꾸만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고 하면서 청진기를 가슴 위쪽으로 이리저리 여러번 댔다. 찝찝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의사의 어투나 행동이 워낙 조심스러웠고, 의료행위 중 하나라는 생각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보는 척 하는 것도 결국엔 찍고 있었으니 그런 것"이라며 "세상에 어느 누가 병원에서 의사가 몰카를 찍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분노했다.

이어 "내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 때 청진하지 말걸, 그 병원에 가지 말걸'이라며 자책하고 또 자책하고 있다"며 "(몰카가) 유포는 되지 않았고 현장 검거해 집안도 다 뒤져서 디지털 포렌식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성범죄를 저질러도 면허취소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형사소송 뿐 아니라 민사소송까지 진행하려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길고 긴 시간 고통스러울 절 생각하면 또 암담하다"면서 사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글을 본 누리꾼들은 "너무 속상하다" "자책하지 말라" "꼭 가해자가 처벌받았으면 좋겠다"라며 A씨를 위로했다.

청진 받던 환자가 책상위 휴대폰 수상히 여겨 신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지난달 8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서울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의사 B씨를 불법 촬영 혐의로 입건했다.

B씨의 범행은 당시 해당 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진료 중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신고한 환자는 청진기로 진료를 받던 중 책상 위에 있는 휴대전화가 자신의 몸쪽으로 향해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이 B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환자가 진찰받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발견됐다. 또 다른 여성들이 동영상과 사진도 나왔다.

해당 사건이 벌어진 병원은 B씨를 퇴사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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