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갖다줘"는 OK…100만원 아마존 로봇, 뭘 할 수 있을까?[US포커스]

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1.10.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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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스트로 발표, 출시시기 미정 /
홀로 있는 가족 살피는 기능 등 주목 /
아직 실험적 단계, 단점 지적도 많아

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지난 9월28일(현지시간) 가정용 로봇을 발표했다. 아마존이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대중 앞에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아스트로'(Astro)로, 판매 가격은 999달러(약 118만원)이다.

미국 미디어들은 아마존이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든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아마존은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AWS(아마존 웹서비스)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로봇과는 별다른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업 구조다.



아마존은 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5~10년 사이 집에 로봇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현지 언론들은 아마존 내부 회의에서 오간 대화를 전했다. 아마존의 핵심 경영진들은 '기술의 변화'를 주제로 자주 회의를 연다. 한 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프로세서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필연적으로 로봇공학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질문이 이어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분들 중 5년에서 10년 안에 여러분의 집에 로봇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나요?"

참석자 모두가 가정 내 로봇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합시다"

아마존은 4년 넘게 이 가정용 로봇 제작에 매달렸다. 아마존의 찰리 트리츨러 제품담당 부사장은 이미 아마존이 로봇 사업을 할 수 있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10년 이상을 창고에서 제품을 실어나르는 산업용 로봇과 지내왔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알렉사(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그리고 홈 모니터링 등 로봇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알렉사'? 뭘 할 수 있나
CNBC의 표현에 따르면, 아스트로는 '작은 개' 만한 크기의 로봇이다. 두 개의 큰 바퀴와 회전을 위한 작은 바퀴 등 3개의 바퀴로 움직이며, 최대 42인치까지 늘어나는 전동형 스틱 위에 12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있다. 잠망경의 형태다. 10인치 터치스트린은 로봇의 얼굴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가 생각나는 외형이다.

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스트로를 기존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된 10인치 화상 모니터 '에코 10'에 바퀴 3개가 달린 형태라고 묘사했다. 즉, 알렉사가 할 수 있는 것을 아스트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두 제품 간 차이점은 로봇 아스트로는 움직인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아스트로'라고 부르면 화면이 켜지면서 로봇의 큰 이 사용자를 바라본다. 이 로봇은 집 안을 3D 지도로 만들고 저장한다.

아스트로는 사용자가 외출한 사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감시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 불이 켜졌는지도 카메라를 들어올려 확인할 수 있다. 링(Ring) 등 기존 보안 관련 솔루션들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외부에서 반려동물의 상태도 살필 수 있다.

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이 로봇은 인식 기능을 탑재해 등록된 복수의 사용자를 인식한다. 이 로봇은 사용자를 따라다니면서 음악을 틀거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등을 보여줄 수 있다. 영상 통화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다.

약 2킬로 무게의 물건도 옮길 수 있다. 로봇 뒤쪽 공간에 탄산음료 2개를 넣고 다른 방에 있는 가족에게 가져다주라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 언론들이 주목하는 기능 중 하나는 혼자 있는 가족을 살피는 기능이다. 아마존은 헬스케어 업체 옴론(Omron)이 만든 혈압 측정기를 아스트로에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스트로를 원격으로 조정해 혼자 지내는 가족에게 혈압을 측정하도록 할 수 있다.

실험적 제품, 아무에게나 팔지는 않고…
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아스트로는 '데이1 에디션' 제품이다. 아마존은 '데이1 에디션'에 대해 '우리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더 빨리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기회'라고 설명한다. 구매 희망자의 수요를 일단 확인한 후 제한적으로 물량을 내놓겠다는 것으로, 한 마디로 이 가정용 로봇이 '실험적' 성격이 강한 미국의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 신청을 받아 제한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아마존 계정이 있는 사용자는 홈페이지 내 초대장 신청 버튼을 클릭하면 설문 화면을 접하게 된다. 집 크기가 3500 스퀘어피트(약 98평)이 넘거나 계단이 있는 집, 그리고 바닥이 빛을 반사하는 재질로 돼 있는 경우 사용이 어렵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사용 환경에 대한 설문이 끝나면 최종 초대장 신청 화면으로 넘어간다.

신청이 끝나면 등록한 이메일로 안내 메시지가 온다. 만약 아마존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면,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메일을 보내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설명을 받는다. 이 제품은 한정 수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구매 희망자 모두가 살 수는 없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아마존은 일단 올해 말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출시일은 공개하지 않았다. CNBC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아마존이 끝내 출시되지 않았거나 출시가 심하게 지연된 제품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약속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물건 직접 잡지는 못해…시장에서 성공할까?
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아마존이 공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은 그동안 첨단 기기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2015년 단종된 아마존 파이어 폰 같은 큰 실패를 겪은 바 있다.(이 때문에 아스트로 같은 제품은 제한적 물량만 만들어 혹시 모를 실패에 대비하려 할 수 있다)

이번 아스트로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연회에서 아스트로가 거실에 있는 사람을 감지하지 못했고, 방의 좁은 공간을 향해 가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또 아스트로는 팔이 없어서 물건을 집지 못한다. 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이동에 제약이 있다. 다시 말해 이 가정용 로봇은 청소도 하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도 직접 빼서 가져오지 못한다.

가정용 보안 시스템이 미국에서 이미 대중화된 상황에서 소비자가 1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굳이 이 제품을 사야 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014년 출시된 아마존 에코(원통형 인공지능 스피커) 사례를 거론한다. 에코의 성공 이후 한국에서도 AI 스피커가 대중화됐다. CNBC의 토드 하셀톤 기자는 "나는 아마존 에코가 2014년 처음 출시됐을 때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에 에코를 하나씩 두고 있다"고 썼다. 그는 "아마 10년 후 아스트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것이 아마존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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