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티너리 서인석 대표 "더 나은 삶 위한 습관형성 플랫폼"

머니투데이 김재련 2021.10.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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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티너리 서인석 대표 인터뷰

루티너리가 동명으로 지난해 1월 론칭한 습관 루틴 모바일앱 '루티너리(Routinery)'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자칭 '행동 과학을 기반으로 한 가장 강력한 앱'이라는 소개 문구처럼, 루티너리는 사용자의 루틴 형성과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출시 1년여 만에 전세계 다운로드 80만건을 기록 중이다.

루티너리 서인석 대표/사진제공=루티너리루티너리 서인석 대표/사진제공=루티너리


국내 앱이지만 영어권, 스페인권 등 해외 사용자 비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해외에서 먼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점도 이례적이다. 스페인, 네덜란드, 이집트 앱스토어에서도 생산성 분야 톱10 달성, 구글 창구프로그램 2021 3기 톱5 선정,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사용 등이 바로 루티너리의 성적표다.



서인석 루티너리 대표는 "평소 생산성과 행동변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고 잘못된 행동을 효과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좀 있었다. 그러다보니 관련 책을 보고 안 써본 앱이 없을 정도였는데 결국 마음에 드는 앱을 찾지 못해 직접 엑셀로 표를 만들어 루틴을 관리하게 됐다"며 "엑셀 표를 2년 정도 다듬어가며 시스템화했는데 저에게 큰 도움이 됐고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지금의 루티너리 앱 개발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루틴이란 단어는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뜻한다. MZ세대 사이에서 '미라클 모닝' 등 자기계발을 위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게 유행하면서 일상적인 활동에 규칙을 부여한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서인석 대표는 "습관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라며 "동종의 다른 앱을 써봤을 때 대부분 투두리스트(to do list) 형식 위주라 습관 형성을 위해 자신의 주도성이 많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여겨졌다. 이에 루티너리 앱은 처음부터 '사람들이 생각하기 전에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앱은 세부적으로 구성된 루틴을 사용자에게 제안하고, 상황에 맞는 알림과 타이머를 통한 보조, 챗봇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행동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습관 형성을 위해 단순히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행동 과학 원리에 기반해 사용자가 습관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점이 동종 앱들과의 차별점이다. 루티너리의 비전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일상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루티너리 앱의 모태가 되어준 엑셀 표에서 현재는 일부 기능만 앱에 들어간 상태다. 서 대표는 앱 론칭 후 1년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거스르지 않고 2주 단위로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향후에는 수면추적앱, 인공지능(AI) 스피커, 홈 IoT 등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서 대표가 루티너리를 창업한 건 5년 전이다. 대학생 시절,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한 경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회사를 차리고 해당 앱을 만들기 전에는, 아이디어만 보유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사업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한 달 안에 끝마치는 외주를 했다. 당시 사업 초기모델의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필요없는 걸 덜어내는 것'과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했다.

서 대표는 "프로젝트성으로 외주를 진행했던 경험으로 인해 처음에 루티너리 앱도 3~4일 만에 빠르게 만들었다. 필요한 핵심 기능과 직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 등을 통해 필요 없는 것은 덜어냈고, 처음엔 큰 기대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만든건데 출시 후 3개월쯤 지나자 감사하게도 해외 유저들에게 많은 피드백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올 3월까지는 한국어, 영어 2개 언어로만 출시했다가 해외 사용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최근 스페인어를 추가했고, 이달까지 총 8개 언어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사용자 중에 꽤 많은 이들이 ADHD 환자다. 한 미국인의 경우 ADHD라 주의력 결핍으로 일상을 살아가기 힘들게 되고 그게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연결이 돼서 삶이 무너지는 패턴을 갖고 있었는데 이 앱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준 적이 있다"면서 "행동을 바꿔주는 것 자체가 헬스케어나 의료계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들의 행동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병원, 제약사 등 헬스케어 분야와 함께 B2B 플랫폼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티너리의 미션은 루틴을 위한 환경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행동이 쉽게 변하는 환경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토 파일럿(Auto-pilot) 모드가 되었을 때 원하는 일, 중요한 일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서 대표는 "본인이 원하는 걸 쉽게 할 수 있는 시작이 바로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도 지극히 일상적인 앱이면 저희가 다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캘린더가 될 수 있고 레시피나 노트앱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저희는 사용자의 환경을 바꿔주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기존 앱들과 달리 좀 더 환경을 세팅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루티너리라는 이름으로 앱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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