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700조 시대…연말 '더 센 규제' 앞두고 막차 탔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김상준 기자 2021.09.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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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규제' 앞두고 가계대출 막차 탔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더 센 규제' 앞두고 가계대출 막차 탔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이달 '대출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잔금일을 당겨서 전세대출을 받거나 당장 필요가 없어도 신용대출을 신청하는 식이었다. 4분기에 접어드는 10월부터는 최악의 경우 대출 문을 걸어잠그는 은행이 생겨날 전망이다. 연간 증가율 목표 관리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요 은행에서 가계대출 모든 항목의 잔액이 전월대비 증가했다. 2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7123억원으로 700조원대에 들어섰다. 전월보다는 4조8974억원(0.7%) 증가했고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33조5584억원(5.01%) 늘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주문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5~6%인 터라 여유가 없는 편이다. 연말 '더 센 규제'가 예상되는 이유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의 세부 항목인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4조814억원(0.83%), 지난해 말보다 23조7113억원(5%)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의 증가폭은 더 컸다. 전월 대비 1조1159억원(0.93%), 지난해 말 대비 15조8702억원(15.08%) 증가했다. 한동안 증가세가 주춤했던 신용대출도 이달엔 지난달 말보다 1조378억원(0.74%)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에 한몫 했다. 지난해 말 대비 증가폭은 8조2838억원(6.2%)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높았지만 추가 규제가 예고되면서 불안 심리가 작용한 영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연말에 대출이 막히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불안감 때문에 일정을 앞당겨서 대출을 신청하곤 한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로 갈수록 대출이 더 안 나온다고 판단하고 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관리 고삐를 조이고 특정 은행이 추가 규제에 나설 경우 '도미노 규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달만 보더라도 NH농협은행에서 부동산 대출을 한시적으로 제한하자 KB국민은행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국민은행도 재차 규제안을 내놨다.
더욱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말 대비 5%라는 점에서 위험수위에 도달한 은행은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한시적으로 대출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은행도 생길 수 있다"며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증가율 목표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와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에 변화가 없다"며 "가계대출 관리 시계(視界)를 확장해 내년에도 타이트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초중순에 가계부채 추가 대책도 발표한다.

아울러 이달엔 계절적인 요인과 일부 공모주 청약 이슈도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을은 이사철이어서 기본적으로 주택과 관련한 대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신용대출의 경우 케이카, 원준 등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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