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中에이즈 정복'…화학硏 발굴 치료제, 시판 허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1.09.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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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찬 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손종찬 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발굴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후보물질이 중국에서 신약으로 시판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화학연구원은 30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 같은 성과를 공개했다. 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중 첫 상용화 사례다.

화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를 주도한 손종찬·이일영 박사팀은 1995년부터 HIV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를 시작해 2006년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Gilead Science)와 공동연구 후 2008년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손 박사는 1987년부터 2013년까지 화학연에 몸 담았다.



이 후보물질에 대해 구내 신약 개발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국내 임상 1상을 마쳤으며, 화학연은 2012년 카이노스메드에 기술이전해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환자 증가율이 높은 중국 내 상용화를 위해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Jiangsu Aidi Pharmaceutical)에 후보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임상 1~3상을 거쳐 지난 6월에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게 됐다.



이번 신약은 바이러스의 역전사 효소 작용을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HIV와 같은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을 RNA형태로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증식하려면 우선 DNA로 역전사돼야 한다. 이를 주도하는 게 역전사 효소다.

이번 치료제는 중국 임상시험 결과 신경 정신 계통의 부작용이 적고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하고 하루에 한 번 먹는 방식이며, 다른 약들과 함께 처방할 수도 있다.

또 HIV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결핍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 일반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바이러스가 잘 억제되면 전파 가능성도 낮다.


이번 치료제는 향후 다른 국가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판매권을 국내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보유하고 있어 신흥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손 박사는 "이번 치료제를 통해 중국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화학연에서 발굴된 많은 후보물질이 계속해서 신약으로 개발되어 인류의 건강 수명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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