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륙의 뷰티파워 "바이췌링, 퍼펙트다이어리를 아십니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오정은 기자 2021.09.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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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中여성들의 변심...K-뷰티 누른 C-뷰티

편집자주 세계 최대의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 C-뷰티의 성장세가 무섭다. C-뷰티는 애국 마케팅과 K-뷰티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중저가에선 C-뷰티에 밀리고 고가에선 로레알, 에스티로더에 밀리며 K-뷰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한령과 코로나19, 공동부유까지 격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해본다.

퍼펙트 다이어리 /사진=홈페이지퍼펙트 다이어리 /사진=홈페이지


중국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 속 C-뷰티 기업들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 자연주의 이미지, 전통 중의학을 활용한 제품력 등을 앞세워 중저가 중심의 대중 시장을 공략하면서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K-뷰티 화장품 제조, 개발, 생산(ODM) 기업들은 C-뷰티와 손잡고 중국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에 올라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와 아이미디어 리서치 등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세계 2위로 꼽히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3958억 위안(약 72조3879억원)이었고, 올해는 전년비 20.79% 성장한 4781억 위안(87조4397억원)으로 예상된다. 2023년까지 5125억 위안(93조7311억원) 규모로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고성장세는 경제 발달로 외모 관리에 관심이 늘고 남성 화장품 인기가 높아졌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서양식 화장 트렌드가 유입돼 색조화장품 매출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췌링(百雀羚) 상품바이췌링(百雀羚) 상품
C-뷰티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기초 화장품 중심의 바이췌링(百雀羚), 색조 화장품을 판매하는 퍼펙트 다이어리(Perfect Diary·完美日記)다.

1931년 설립된 바이췌링은 중의학을 바탕으로 한 식물성 약초로 만든 화장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성공했다. 당시 바이췌링이 출시한 바셀린 제형의 겨울 보습용 크림은 높은 인기를 구사했지만 이후엔 '노후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특별한 성과를 나타내진 못했다.
中 대륙의 뷰티파워 "바이췌링, 퍼펙트다이어리를 아십니까?"
하지만 2010년 e커머스가 부흥하던 초기 바이췌링은 온라인 유통에 공을 들이며 젊은 소비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징둥닷컴과 초기부터 협력에 나서면서 온라인을 주요 유통 채널로 삼았고 미디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신문, 야외, 쇼핑몰 등 모든 곳에 광고를 게재했고 후난위성TV의 쾌락여성, 쾌락대본영, 강소TV의 두근두근 스위치 등 거의 대부분의 중국 인기 프로그램에 투자, 후원, 광고 등을 집행했다. 또 주걸륜, 막문위, 리빙빙, 왕이보 등 중화권 톱스타를 모델로 꾸준히 기용했다. 애국심이 강한 MZ(18~34세)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역사가 오래된 중국 자체 브랜드라는 점도 MZ세대에게 소구됐다.



바이췌링그룹은 2017년 기준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77억 위안(약 3조238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90%는 바이췌링 자체 브랜드 제품 매출에서 비롯됐다. 바이췌링은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화장품 50개 브랜드'에 중국 브랜드로 유일하게 지난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순위를 더 높여 15위 안에 들었다.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바이췌링이 이름을 날리는 사이, 색조 화장품에서는 '퍼펙트 다이어리'가 급성장했다. 2017년 설립된 퍼펙트다이어리는 제품 출시 2년 만에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SNS상에서 서양식 화장이 유행하면서 색조가 인기를 끈 데다가, 퍼펙트 다이어리가 MZ세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왕훙·網紅)가 나서 화장법 등을 설명하며 홍보했고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가볍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또 색조 화장에 익숙지 않은 중국 소비자들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연달아 열었다. 퍼펙트 다이어리는 2019년 광군제(光棍節·솽스이) 때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화장품 부문에서 중국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퍼펙트 다이어리 제품 광고 사진 /사진=퍼펙트 다이어리퍼펙트 다이어리 제품 광고 사진 /사진=퍼펙트 다이어리
퍼펙트 다이어리의 성장세에 힘입어 모회사 이셴홀딩스(逸仙)는 2019년 35억위안(약 60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총매출(770만위안·약 13억4000만원)의 453배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에 따라 이셴홀딩스는 지난해 11월19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입지가 확장되면서 이셴홀딩스는 리틀 온딘(Little Ondine), 애비스 초이스(Abbys Choice), 핑크 베어(Pink Bear) 등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프랑스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갈레닉(Galenic), 영국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이브롬(Eve Lom)까지 인수했다.


C-뷰티의 고성장 속에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K- 뷰티 기업의 중국 현지 고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코스맥스-이센 합작 공장 조감도/사진제공=코스맥스코스맥스-이센 합작 공장 조감도/사진제공=코스맥스
코스맥스는 지난해 이셴홀딩스와 함께 조인트벤처 '이센생물과학유한공사(逸仙生物科技有限公司)'를 설립한 데 이어 함께 화장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광저우시 총화구 공장은 2022년 말 완공된다. 연간 생산 생산수량(CAPA)은 약 4억 개에 이르며 완공시 이센홀딩스 산하 브랜드 제품을 전량 도맡아 생산한다. 코스맥스는 퍼펙트다이어리를 비롯해 바이췌링은 물론 주요 C-뷰티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국콜마 또한 바이췌링, 프로야, 화시즈(花西子) 등 중국 메이저 브랜드사를 포함해 약 200여개 C-뷰티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중국법인 무석콜마의 경우 올해부터 썬제품 허가 완료제품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의 30% 이상을 자외선차단 제품이 차지했다. C-뷰티 인기 자외선 차단제의 상당수를 한국콜마가 제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K-뷰티 업계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차이나뷰티의 글로벌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중국 넘버원 화장품 제조, 개발, 생산 기업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는 "그동안 코스맥스는 해외 국가에서 로컬 브랜드 성장에 대한 현지화 전략을 진행했다"며 "중국에서는 이셴과 동반 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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