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도 뭉쳐야 산다…포스코·현대제철 '물류 탄소중립' 맞손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09.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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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빅2' 포스코·현대제철 협력관계가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굴뚝산업을 대표하던 이들의 협력은 친환경·탄소중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29일 양사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물류부문 협력강화 및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김광수 포스코 물류사업부장, 서명진 현대제철 구매물류담당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위치한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구간의 제품운송 선박과 전용부두 이용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 구간에서 연간 약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 포스코·현대제철은 지난달 성공리에 시범운영을 마쳤으며 본격적인 복화운송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복화운송이란 두 건 이상의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으로 운송하는 방법이다. 공차·공선 구간을 최소화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 운송방법으로 꼽힌다. 철강업계 물류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의 일환인 이번 복화운송 방안은 크게 둘로 요약된다.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열연코일을 평택유통기지까지 운송·하역하고, 코일로로선이 빈 배로 돌아갈 때, 현대제철 순천공장으로 보내는 코일을 선적해 광양항 로로부두까지 운송하는 방안이다. 광양항에서 순천공장 구간은 트레일러로 운송한다.

다른 하나는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한 열연코일을 1만톤급 전용선을 이용해 순천항까지 운송·하역한 뒤, 이를 광양 제품부두로 이동시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코일을 싣고 다시 당진항까지 운송하는 방법이다. 운송된 코일은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사용한다.

이 구간에서 포스코는 연 130만톤의 열연코일을 코일로로선과 5000톤급 일반선으로, 현대제철은 180만톤 열연코일을 5000톤~1만톤급 전용선과 철도 등으로 각각 운송해왔다. 이번 복화운송을 위해 두 회사는 광양 로로부두와 평택유통기지, 코일로로선 4척과 1만톤급 전용선 1척 등을 공유한다.


포스코는 연 55만톤 규모의 일반선 운송물량 중 12만톤을 현대제철 전용선으로 운송하게 되며, 현대제철은 연 80만톤 규모인 도로·철도 운송물량 중 12만톤을 포스코의 코일로로선에 싣게 된다. 복화운송은 첫 해 24만톤 규모로 시작해 최대 60만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게 양사 설명이다.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현대제철은 복화운송 첫해 연안해상 운임을 3~6%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선박 운항횟수가 감소하면서 연 3000톤 상당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다.

공선 운항을 최소화하게 돼 해당 구간의 각사 운송을 책임져 온 선사들의 매출·영업이익 모두 3~10%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운송이 불가했던 당진-평택 구간과 광양-순천 구간에 공로 루트가 추가돼 지역 화물운송사의 물량 증대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포스코·현대제철의 친환경 협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앞서 양사는 폐기물인 조개 등의 껍데기 '패각'을 재활용해 소결공정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김광수 포스코 물류사업부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이번 복화운송 추진은 철강업계 물류부문에서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동시에 추구하는 첫 번째 '코피티션(Coopetition·협력과 경쟁)' 사례다"면서 "양사가 지혜를 모아 좋은 선례를 남겨 철강업계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에서 협력과 상생의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시사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가경쟁력 강화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원료부터 설비, 물류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철강업계뿐 아니라 타 업종과도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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