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집 사장님들 "개 식용 금지? 개끌고 청와대 쳐들어가고 싶어"

머니투데이 대구=김지현 기자, 박수현 기자, 이세연 기자, 성시호 기자 2021.09.2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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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월 15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앞에서 열린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6월 15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앞에서 열린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냥 죽으라는 거죠. 마음 같아선 개를 끌고 청와대로 쳐들어가고 싶어요." (서울 경동시장 보신탕집 상인)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식용 금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자 개고기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관련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28일 머니투데이가 대구 개시장, 서울 개고기 거리 등에서 만난 업자들은 대부분 식용 금지 방침에 반감을 드러냈다.



"금지부터 발표하니 납득 어려워, 대책 필요해"
대구 북구의 칠성개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식용개 시장이다. 앞서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이 있었지만 그동안 폐쇄 수순을 밟았다.

28일 기자가 만난 칠성개시장 상인들 대부분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개식용 금지를 언급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1988년부터 영양탕집을 해온 70대 김모씨는 "정부가 금지하는데 굳이 우겨서까지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난감했던 건 다른 별도의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생계로 삼아오던 일을 빼앗겠다고 했던 부분"이라며 "이 일을 하며 자식들 학비 벌어 가르치고 했는데 남은 노후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때 칠성개시장은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김씨의 아내 박모씨는 "가게 뒤편 골목으로 보신탕집과 개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쭉 있었다"며 "몇 년 전 50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14곳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가 맞은 손님은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보신탕을 구입한 건 아니었다. 박씨는 "한 대에 100만원씩 구입한 장비들만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처분하는데도 비용이 들다 보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시장에 개고기를 문앞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곳들은 없는 상태였다. 이씨는 "몇 달 전쯤 가게 앞에다 개고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들은 다 없어진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계속 단속을 나와 가게 앞에 냉장고조차 놓지 못하게 하니 버티지 못하고 가게들이 떠났다"고 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칠성개시장 내 도살장 2곳은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폐쇄됐고, 살아있는 개들을 전시하는 이른바 '뜬장'도 8곳 있었으나 지난 6월 모두 철거됐다.

개고기 판매업체뿐만 아니라 이날 개시장에 위치한 보신탕집 중 두 곳은 문을 닫은 채 임대문의를 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20년 정도 칠성시장에서 장사를 한 이모씨(47)는 "같은 골목에 일곱 군데 정도 보신탕집이 있었는데 지금 세 곳만 남았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정이 악화돼 매출이 3분의2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이씨 역시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준다면 장사를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년 매출을 계산해 정부가 그만큼 보상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개고기 집 두 번 죽이는 '식용 금지'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열린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민 대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개식용 금지법 재정을 촉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 후 서한문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2019.1.27/뉴스1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열린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민 대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개식용 금지법 재정을 촉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 후 서한문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2019.1.27/뉴스1
같은 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개고기 골목 역시 손님 하나 없이 한산했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보신탕집 6곳이 마주보고 늘어서 있었다. 한쪽에선 붉은 조명의 냉장고 안에서 핏빛 개고기가 진열돼 있었다.

노년의 상인들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동시장에서 7년째 보신탕집을 운영한 상인 A씨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보신탕집에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없어졌다"며 "옛날에는 그래도 하루에 7그릇은 팔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서는 하루에 2~3그릇만 겨우 나간다"고 했다.

신진시장에서 손님이 하나도 없는 가게에 앉아있던 상인 B씨는 "우리는 복날이 지나서 날씨가 추워지면 손님이 줄어든다. 점심시간에도 가게가 가득차지는 않는다"며 "이전에는 시장 내에 다른 가게들도 있었는데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정부가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상인들의 답변이 격해졌다. 신진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상인 C씨는 "우리가 굶으면 청와대가 책임지냐"며 "나는 죽기 전까지 30년은 더 장사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 다 죽겠는데 개고기까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경동시장에서 13년째 보신탕집을 운영한 상인 D씨는 "소들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는데 왜 개만 가지고 그러냐"며 "평생 1년에 이틀씩 쉬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면서 일했다. 내가 장사해서 집세 내고 남편 병원비랑 약값을 낸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데 금지를 시키면 어떡하냐. 남한테 무슨 피해를 줬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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