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호황' IPO 춘추전국시대, '6사6색' 치열한 주관경쟁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김영상 기자, 강민수 기자 2021.09.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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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호황' IPO 춘추전국시대, '6사6색' 치열한 주관경쟁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이다. 공모 물량이 쏟아지면서 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의 수익도 많게는 수백억원대까지 늘었다. 증권사들이 IPO로 챙기는 총 수익만 연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 간에는 치열한 주관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 상위 6개사(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IPO 공모총액 합은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이 17개 기업 공모총액 8조7882억원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KB증권은 10개 기업 4조8338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3개 기업 3조4311억원, NH투자증권은 7개 기업 3조3084억원의 공모실적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은 8개 기업에서 1조6747억원, 하나금융투자는 6개 기업에서 1조4059억원의 공모총액을 각각 끌어모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숫자의 '단위'가 달라졌다. 지난해 6개 증권사의 공모총액 합은 5조4123억원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3분기를 다 채우기 전에 4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이미 거둔 것이다.



◆'독보적 1위' 미래에셋증권, 비결은?
미래에셋증권은 올들어 자기자본 10조원을 넘기면서 초대형 IB(투자은행)로 자리잡았다. IPO 분야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초대어로 꼽히던 SK바이오사이언스 공동주관을 시작으로 2분기에는 SK아이테크놀로지를 주관하며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8월 크래프톤, 9월 일진하이솔루스. 현대중공업 등 '대어'들을 전담하며 '대형 IPO=미래에셋'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조단위 빅딜을 연달아 따낸 비결은 '인프라'다. 자본규모, 세일즈, 유관기업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자기자본 10조원에서 파생된 인프라를 무기로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아울러 신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을 영위중인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다. 20년만에 조선업종에서 상장된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대중공업은 수소엔진 등을 개발하며 자금조달 필요성이 생겼다. 기존 업체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금이 필요해진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처럼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하는 기업들에 주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명품 핸드백 제작사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네오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중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미국 5대 어포더블(affordable) 명품백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Michael Kors)와 코치(COACH), 케이트스페이드(Kate Spade), 토리버치(Toryburch),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를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알짜 회사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회사의 중국발, 온라인발 호황 기대감에 성장성에 주목, 상장주관을 맡게 됐다.

◆KB증권은 회사채 강자? 이제는 IPO도 강자!
IPO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KB증권의 약진이다. 카카오뱅크와 롯데렌탈, 현대중공업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공모금액 기준 2위까지 올라섰다. 현대엔지니어링과 LG에너지솔루션 등 또다른 대어급 IPO도 대기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상장대표주관을 맡고 있는데 경쟁자인 미래에셋증권이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들이 합류하지 못해 KB증권이 '독식'할 수 있는 구조다. 연내 상장이 이뤄진다면 KB증권은 단숨에 최상위까지 넘볼 수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게 변수다. LG에너지솔루션 연내상장이 무산된다하더라도 KB증권은 올해 IPO 국내 증권사 실적 2위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시장에선 10여년간 독보적 1위를 지켜왔지만, IPO부문에서는 다소 낯설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 IPO 관련 투자를 늘려왔고, 증시 호황과 맞물려 성과를 거두고 있다.

KB증권은 IPO 불황기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문 인력을 계속 충원해왔다. 업종별 전문 영업 조직을 구성하고 효율적인 딜 소싱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투자증권, '원석찾기' 전문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위에 올랐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에도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반기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자이언트스텝 등에서 수익을 냈다. 하반기에는 카카오뱅크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인수 수수료 외에 '번외수익'도 상당하다. 자이언트스텝 상장 당시 공모물량의 3%인 4만2000주를 의무 인수하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4만주를 추가 보유하는 선택을 했는데 이게 '신의 한수'였다. 자이언트스텝 주가가 6배 이상 오르면서 차익만 100억원이 넘는다.

200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 친목모임 '진우회'의 활약은 여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예비 고객사'가 비상장 기업일 때부터 기업 재무구조 분석과 자금조달을 돕는다. 상장, 비상장사를 통틀어 300여명에 이르는 진우회 멤버들의 존재가 곧 한국투자증권의 경쟁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원석'을 찾는데 능숙하다. 지난달 11일 코스닥에 상장한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은 한국투자증권 IB1본부가 낙점한 회사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비대면 채용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원티드랩의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티드랩은 173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증거금 5조5300억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따상'에도 성공했다.

◆'깐깐한' NH의 고민…"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라"
NH투자증권은 국내 IPO시장 '전통의 강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증권과 매년 실적 1위를 두고 다퉜지만 올해는 경쟁자들이 더 많아지면서 분투중이다. 올해 현재까지는 실적 4위권이지만 치고 올라갈 저력이 충분하다.

치열한 경쟁중에도 NH투자증권은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를 주관하며 존재감과 건재함을 보여줬다. 다음달 중고차업체 케이카, 11월 에스엠상선, 내년 ADT캡스 등을 상장시킬 예정이다. 조만간 상장주관사를 정할 카카오모빌리티 입찰에도 참여한다.

NH투자증권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주목한다. 유니콘 기업의 상장을 위해 스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장시킨 1000억원 규모 NH스팩19호가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은 앞으로도 스팩을 활용해 유니콘 기업 상장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만 3개 스팩을 더 상장킬 계획이다.

빠른 자금조달을 원하는 중대형 기업이나 기업가치가 높아졌지만 적자 등으로 상장 여부가 불투명한 유니콘기업 등에게는 직상장 외에 대형 스팩합병이 새로운 상장통로가 될 수 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의 강점으로는 매뉴얼화된 시스템이 꼽힌다. 이직이 잦은 업계인 만큼 임직원이 비운 자리를 누군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바이오 IPO=삼성증권' 공식 이어갔다
삼성증권은 올해 역시 바이오에 집중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HK이노엔, 진시스템, 큐라클, 뷰노, 일진하이솔루스 등 다양한 딜을 주관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회사가 대부분이다. 삼성증권은 2017년부터 바이오 분야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IPO 조직을 구성했다.

폭넓은 법인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CEO 포럼과 CFO 포럼 등을 주기적으로 열면서 IPO 수요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 니즈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사를 유치하는 전략이다.

아울러 삼성증권은 IPO 활성화를 위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데 힘을 쓴다. 10월부터 온라인 공모주 청약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릴 계획이다. 보통 공모주 청약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한된 시간에만 가능했다.

올해 중에는 차백신연구소 등 바이오기업 외에도 카카오페이, 실리콘투,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등이 상장대기중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대기업 외에도 신성장기업들(차세대 유니콘 기업 포함)의 IPO를 주관해 국내 스타트업·벤처투자의 선순환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금융그룹 시너지 활용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초대형 IB에 진입했다. IPO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솔루엠의 코스피 상장 공동 주관을 맡았다. 쿠콘, 에이디엠코리아, 맥스트 등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하는걸 도왔다. 또 다음달 상장을 앞둔 케이카 주관에 참여했다.

하나금융그룹 자회사들이 IB부문에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낸다는게 하나금융투자의 강점이다. 하나은행 CIB그룹 투자금융사업단과 PF사업단 직원들은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에 사무실로 출근한다.

증권과 은행 등 각 계열사들이 IB부문에서 힘을 모은다. 은행은 금융주선을,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딜 발굴에 주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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