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예인 추종·과소비 팬덤 근원이 BTS?…중국 팬들은 '글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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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 이달 들어 온라인 K팝 팬덤에 규제 철퇴…중국 내 한국문화 선호도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사진=웨이보 캡처/사진=웨이보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낳는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중국이 한류 경계령을 내렸다. K팝에 대한 대대적인 '칭랑(무질서한 온라인 팬덤 규제)' 작업에 나서면서 중국 내 한류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류 외연 확장 뿐 아니라 건강한 한류 수용문화 조성 등 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팬클럽 계정이 이달 초 60일 정지처분을 받았다. 아이유와 엑소(EXO), NCT 등 20여개의 K팝 팬클럽 계정도 30일에서 60일 간 정지됐다. 통상 K팝 아이돌 팬계정은 국내에서 팬덤을 일컫는 '빠'에 빗대 '지민빠' 등 뒤에 '~?(bar)'를 붙여 만드는데, 상당수 계정들이 이를 빼고 계정명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라인 한류 정화 작업이 시작되면서다. 중국 당국이 올해 들어 자국 내 연예계·엔터산업 전반에 정풍운동(整風運動·잘못된 기풍을 바로잡음)을 벌이고 있는데, 본보기로 K팝을 정조준한 것이다. 탈세 등 연예계 내부 사건사고도 문제지만 중국 문화시장 전반에서 부는 한류 분위기와 팬덤문화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한류 범람을 걱정할 만큼 최근 K콘텐츠의 위세는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8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흑자를 냈다. BTS로 대표되는 음악은 물론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문화예술 수출이 늘었기 때문인데,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D.P', '오징어 게임' 등 K시리즈가 불법유통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 원조 한류 콘텐츠인 K팝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젊은세대가 주축이 된 팬덤문화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엑소로 활동 한 크리스 우(우이판)가 성폭력으로 체포되자 팬들이 공안을 상대로 단체 석방시위까지 벌였단 점에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BTS 지민의 팬계정도 이들이 지난 4일 생일 이벤트 차원에서 제주항공 비행기를 그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으로 도배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중국 매체에서 팬덤 규제에 대해 보도하는 모습.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중국 매체에서 팬덤 규제에 대해 보도하는 모습.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그러나 중국 내 K팝 팬들은 이 같은 당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의 해외 통신원이 최근 인터뷰한 중국인 대학원생 장모씨는 "이번 규제가 잘못된 팬덤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면서도 "정상적인 팬 문화를 제한시킨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가 즐기는 마니아 문화도 금지됐는데, 개인의 자유를 타인이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연예인 추종과 과소비 등의 책임을 K팝에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중국 아이돌 추종 문화의 기원은 한국이 근원"이라며 "중국 당국이 벌이는 연예계 정화 캠페인에서 한국 스타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등 관영 매체마다 K팝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K팝과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장씨는 "앞으로도 한국 관련 콘텐츠를 보는 데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응원문화는 곧 한국스타'라고 인식하게 돼 부정적 감정이 커져 한국문화 선호도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국 등 해외국가를 대상으로 한류 지체요인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진 진흥원 중국 북경 통신원은 "그간 한류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에 더해 건강한 팬덤문화 교류와 긍정적인 한류 수용문화 조성이 수반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과거 한중 팬들이 연합해 한류 스타 이름으로 기부 활동을 벌여온 사례 등 선한 팬 문화가 의미 있는 참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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