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위 화학사' DL케미칼, '2조원' 깜짝 M&A 나선 배경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09.28 11:10
글자크기
DL그룹 본사DL그룹 본사


중견 화학업체인 DL케미칼이 2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DL그룹 지주사전환 과정에서 홀로선 DL케미칼이 중견 이미지를 넘어 대형 화학사 반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28일 DL케미칼은 전날 개최된 이사회에서 미국 크레이튼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크레이튼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에 인수한다. 전체 인수대금은 16억달러(약 1조8800억원) 규모다. 지난해 크레이튼 수술 장갑용 합성고무 사업부문 '카리플렉스(Cariflex)'를 사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크레이튼 전체를 인수하게 됐다.

DL그룹은 최근 석유화학사업 지배구조 개편에 매듭지었다. 지난달 30일 지주사 DL㈜는 보유하던 DL에프엔씨·카리플렉스 지분 전량을 DL케미칼에 현물출자했다. 출자를 통해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대림에서 시작해 DL→DL케미칼→DL에프엔씨·카리플렉스 등으로 이어지는 DL그룹의 화학사업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DL과 DL케미칼은 지난해까지 '한몸'이었다. 지난해 9월 대림산업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건설사업부(DL이앤씨)와 석유화학사업부(DL케미칼)를 별도법인으로 분할하고, 존속법인 사명을 DL로 변경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12월 임시주총을 거쳐 DL케미칼은 올 1월 별도법인으로 출범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건설사 색채가 짙었던 대림산업에서 독립한 DL케미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독자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시급한 과제라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번 크레이튼 인수는 중견 화학사로 인식됐던 DL케미칼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형 M&A가 일정 수준 예상했던 결과란 반응도 나온다.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의 활용처가 결국 인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DL케미칼 보유현금은 9208억원이다. DL케미칼 측은 이번 인수소식을 전하면서 "보유현금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자금이 조달될 예정이다"고 소개했다.

앞서 DL케미칼도 홀로서기를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DL케미칼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향후 5년간 2조원을 투자해 적극적인 M&A를 단행하고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면서 2025년 글로벌 화학업계 20위 진입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LG화학에 이어 국내 2위 화학사에 이름을 올리겠단 의미다.


폴리머·케미칼 등 2개 사업부로 구성된 크레이튼은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 13개 생산공장과 5개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크레이튼 폴리머 사업의 주력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다. 크레이튼은 위생용 접착제,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 통신 케이블 등에 사용되는 SBC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의 글로벌 생산기지뿐 아니라 유통·판매망, 물류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게 됐다. 크레이튼 R&D센터를 통해 친환경소재 및 프리미엄 제품 개발, 확보된 특허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가 예상되며, 미국·일본·독일 등 소수가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해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소재 국산화도 가능해졌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카리플렉스 인수, 석유화학사업부 분사, 크레이튼 지분 전량 인수 등은 회사 중장기 전략에 따라 장시간 준비돼 온 프로젝트다"면서 "이번 인수가 2025년 글로벌 20위 화학사 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크레이튼이 현재 개발 중인 혁신 제품들을 조기에 사업화하고 DL케미칼 공정운영 및 설비관리 역량을 접목해 크레이튼 수익성을 개선 시킬 것이다"면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시사했다.

한편,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 절차는 내년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