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관리 '5%선·6%대'?…일단 돈줄죄는 은행 "어느 장단에"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09.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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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증가율은 다른 연령층을 크게 웃돌았고 이들의 가계부채 비중도 26.9%에 달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7.1%(추정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로는 3.4%포인트(p) 오른 수치다. 민간신용은 자금순환통계상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의 대출금, 정부융자, 채권 등 부채 잔액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간신용(추정치)는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43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2021.9.24/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40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증가율은 다른 연령층을 크게 웃돌았고 이들의 가계부채 비중도 26.9%에 달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7.1%(추정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로는 3.4%포인트(p) 오른 수치다. 민간신용은 자금순환통계상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의 대출금, 정부융자, 채권 등 부채 잔액을 의미한다. 이러한 민간신용(추정치)는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43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2021.9.24/뉴스1


"'5~6%'인데 5%선과 6%대는 편차가 너무 크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솔직히 혼란스럽지만 고삐가 풀리면 걷잡을 수 없이 가계대출이 늘 수 있어 일단 최대한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은행권 관계자)



금융당국이 가계 빚 증가 속도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총량 관리 목표를 넘어설 경우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NH농협은행의 신규대출 한시 중단 처방 이후 KB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이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가용 가능한 대출 수요 차단책을 잇따라 내놓은 배경이다. 대출 한파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설정한 올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는 증가율 기준으로 5~6%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5.7%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15년 10.9%로 뛰었고, 2016년 11.6%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9년 4.1%까지 내려갔으나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집값 폭등 영향으로 7.9%로 다시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금융당국의 연일 계속되는 압박에 은행권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국이 제시한 총량 관리 목표치가 모호한 데다 당국자들마다 조금씩 말이 달라 대출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29일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적게는 '5% 내외', 많게는 '6% 내외' 범위로 증가율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총량관리 '5%선·6%대'?…일단 돈줄죄는 은행 "어느 장단에"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같은 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혁신성장전략 회의를 주재하면서 총량 관리 수치로 '5~6%대'란 표현을 썼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최대 6.99%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지난 24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9377억원으로 작년 말(670조1539억원)보다 4.44%(29조7838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목표 하단인 증가율 5%를 기준으로 5대 은행에 연말까지 남은 대출 여력은 3조7239억원에 불과하다. 남은 석 달(10~12월) 월별 증가액을 1조원 남짓으로 막아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가율 6%를 대입하면 연말까지 5대 은행의 대출 여력은 10조원이 조금 넘는다. 올해 1~8월 월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이 약 3조5000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시 빠듯하다. 6%대 최상단(6.99%)를 기준으로 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17조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대 초반 증가율과 6%대 후반 증가율은 차이가 너무 커서 각각을 대입하면 연말까지 대출 가능한 한도가 크게 달라진다"며 "현재로선 하단인 5%를 넘기지 않고 실수요자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가계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5~6%선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가능한 6%선에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5%대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63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1~8월 87조4000억원 늘어 증가율(5.3%)이 5%를 이미 넘어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총량 규제에 부담을 느낀 금융당국이 간접적인 총량 관리에 나서다 보니 명확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자체적으로 알아서 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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