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기술패권시대 생존전략, 신산업 IP-R&D 전략 강화가 해법"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21.09.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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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취임 1년… '소통 강화'로 특허청 외연 확대 및 국민들과의 친근감 넓히는데도 '잰걸음'

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이달로 취임 1년을 지나는 김용래 특허청장(사진)이 그동안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GDP(국내총생산) 및 인구 대비 특허신청 세계 1위, 지난해 기준 표준특허 세계 1위 등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IP(지식재산) 강국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국민이나 기업들, 심지어 일부 정부기관에서 조차 우리 특허청의 위상을 느끼는 체감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청장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과학기술 및 산업, 코로나 19 백신개발에까지 지식재산을 고려한 정책들이 적극 추진되고 특허청의 외연도 넓힐 수 있도록 BIG3(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각종 정부기관 회의나 대민 현장 등을 쫒아다니며 많은 건의와 정책 발표, 의견 수렴 등에 나섰다.



그는 또 법과 기술적인 어려운 용어가 잔뜩한 특허청의 업무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다 쉽고 재밌게 알려줄 수 있는 소통 방법을 찾는데도 노력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 지난 8월 지식재산 정책 홍보만화인 '지식재산으로 열어가는 디지털 강국'을 제작, 발간하기도 했다. 이 만화는 '먼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와 발명교실 고등학생들, 특허청 정책 담당자들이 협업해 국민들에게 특허와 상표, 디자인,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재미있게 전달하도록 기획됐다.

직원들에게도 소통 방법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보유한 5만여건인 특허정보의 경제적 가치는 30조원 규모다", "우리나라의 1년간 지식재산 침해피해는 경제적으로 60조원에 달한다"는 식으로 체감도를 높여 접근하면 국민들의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특허청 직원들의 눈높이로 어려운 지식재산을 얘기하기 보단 국민들이나 기업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접근해 가로막고 있는 소통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다.

이밖에 그는 IP담보대출 취급은행 확대 및 신규 IP투자상품 출시 등을 통한 IP자금조달 시장 육성을 비롯해 우리기업의 IP 분쟁 피해를 돕기 위한 '지재권분쟁 대응센터' 개소, 기술유출·침해를 막기 위한 기술수사 전담조직 신설 등을 추진하며 바쁜 1년을 보냈다.

그는 "세계적으로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가 나갈 방향은 기술강국밖에 없는데 앞으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곳 중 하나가 바로 특허청이 될 것" 이라며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 부처가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특허청 역시 신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데이터 개방과 활용 등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폭넓은 적극행정을 추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미.중 기술패권 시대 우리나라의 생존 전략과 특허청의 역할은.
▶첨단기술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술패권 시대에는 핵심기술의 선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AI 등 첨단 핵심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동맹국 간 핵심기술 선점, 기술블록화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 분야가 패권 다툼의 핵심이 될 것인지, 그리고 이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 약점은 어떻게 보완하고 강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특허 확보, 회피전략수립, 분쟁대응방안 구축 등에 필수적이다. 특허청은 BIG3 등 신산업분야 특허 분석을 확대해 유망 연구개발(R&D) 과제를 도출하고 원천·핵심특허 확보를 위한 특허 기반 연구개발 (IP-R&D) 전략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기존 지식재산 정책과 차별을 두고 추진한 것이 있다면.
▶기존 정책과 차별을 두고 추진했다고 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이 요청하고 있는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고민했다. 먼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디지털 IP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하면서 발전시켜야할 할 정책이다. 또 국가 핵심산업·기술에 대한 특허확보 및 지식재산 보호체계 확립에 노력했다. 소부장 R&D과제에 IP-R&D를 적용, 기업의 특허장벽 회피·우회전략을 지원하고 정부R&D에 IP-R&D 지원 법적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앞으로 산업·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높은 국가 핵심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핵심기술·인력 유출 방지 등 보호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소부장 외에 디지털·그린뉴딜, BIG3 등 혁신성장동력 분야 및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한 IP-R&D 전략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는.
▶ 우리나라는 2년전에는 GDP 및 인구 대비 특허신청 세계 1위, 지난해 기준으로는 표준특허 세계 1위, 특허신청 세계 4위의 반열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지식재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50만건을 넘은데 이어 불과 2년만인 올해에는 60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30만건에서 10년뒤 43만건으로 10만건이 늘었고 그후 5년뒤 51만을 기록한 추세를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 속도다. 하지만 R&D 투자규모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저조한 소위 'Korean R&D 패러독스'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식재산을 거래·사업화하거나 지식재산으로 금융지원을 받아 그 돈으로 지식재산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나야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AI 창작물, 데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지식재산을 적절하게 보호하고 이를 통해 산업적 활용을 촉진해야할 것이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지식재산 전략은 무엇인지.
▶지식재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R&D 성과가 혁신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즉, 'R&D 패러독스'의 극복이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기술들에 대비하는 △IP-R&D 추진 △보호제도 구축 △거래·사업화 촉진을 통해 'R&D-사업화-R&D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빠르게 전환된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기술을 선점하고 인공지능·데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지식재산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지식재산 전략이 요구된다. 실제 △미국의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발표(2019.2) △ AI·5G 등 '중국표준 2035' 계획 추진(2020) △일본의 디지털 변화에 대응한 '지적재산추진계획 2020' 수립(2020.6) 등을 보면 세계 주요국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특허청은 지난 2월 디지털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지식재산 혁신전략'을 마련, 발표했다. 디지털 신기술·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산업혁신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특허 빅데이터의 개방·활용을 촉진하는 등 지식재산으로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 어떻게 극복했는가.
▶델타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짐에 따라 지식재산 행정이 위축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선정평가·회의 등 대면접촉 업무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지식재산 정책지원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업무공백 없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비대면 원격 근무환경도 신속히 구축해 직원들의 재택근무 비율도 50%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했다. 지금도 국민들과 접점을 형성하는 지식재산 정책지원 공간에서의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특허고객상담센터, 지역지식재산센터 등 유관기관 방역현장 점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지원 현황은.
▶백신 등 의약품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데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장벽에 부딪힐 경우 판매중단, 소송 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는 등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R&D 단계부터 특허 빅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해 회피전략 수립 등 최적의 R&D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출범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에도 특허청이 참여했다. 또 지난해의 경우 긴급 대응 추경으로 백신·치료제 19개 기업에 맞춤형 특허전략을 제공했고 올해는 현재 11개 기업을 지원 중이다. 백신의 경우 지난해 9개 과제를 지원, 3개 기업이 임상시험까지 진입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mRNA 백신 플랫폼 특허분석을 완료해 산·학·연에 배포했고 관련 기업 대상 1:1 맞춤형 설명회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비mRNA 백신과 원부자재 특허 분석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백신·원부자재 개별기업별 특허전략 지원도 확대하겠다.

-1년전 취임 당시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 선순환'을 강조했는데 그동안의 성과는.
▶취임사에서 밝혔듯 우리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 선순환 구조'의 정착이 필요하다. 지난 1년 여간 중소기업 등의 지식재산 창출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IP-R&D 전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지재권 획득비용 지원도 강화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국내 지식재산 출원이 28만413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하면서 올해 최초로 60만건 돌파도 기대되고 있다. 또 IP담보대출 취급은행 확대·신규 IP투자상품 출시 등을 통해 지식재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육성한 결과 'IP금융' 규모도 사상 최초로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기술력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벤처기업이 IP로 자금을 조달해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 신설된 기술경찰의 주요업무와 활약상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기술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해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짝퉁단속 위주의 상표 수사에서 특허·영업비밀·디자인 수사까지 확대하고 조사·수사 역량도 강화했다. 기술경찰은 심사·심판 경험을 통해 갖춰진 기술 및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경찰이 다루기 힘든 특허·영업비밀 등 기술침해·유출 수사를 전문으로 한다. 최근 반도체 생산설비 기업의 영업비밀유출을 수사(비공개 정보)해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신속·정확한 수사로 우리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고, 국가안보 및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기획수사를 통해 기술침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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