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 주민이 생수통을 복도에 놓은 모습. 포장이 뜯겨진 채 몇 병만 사라져있다./사진=독자 제공
문 앞이나 복도에 물건을 놓고 사용하는 이웃 때문에 불편을 겪는 건 A씨뿐만 아니다. 이는 오래된 이웃 간 갈등사례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고 일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선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
일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는 "복도에 내놓은 물건을 치워달라"며 "이웃이나 통행하는 이들에게 불편을 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는 경고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23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복도. 자전거와 빈 상자가 놓여있다./사진=독자 제공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 물건을 내놓지 말라는 경고문./사진=독자 제공
또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은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별다른 사유 없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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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문 앞 공간은 집이 아니라 복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이제헌 변호사는 "집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법령상 근거는 없지만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형사 판례가 있다"며 "문 앞은 복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도나 계단에 쌓인 물건은 위급상황 시 거주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문제도 있다. 서울 내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박모 소방관(30)은 "계단참(계단 구간마다 설치된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 자전거 등 물건이 놓인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시 소방호스를 펼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쌓여있는 짐은 무거운 경우가 많아 치우면서 진입하려면 시간이 든다"며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서는 앞에 놓은 장애물이 가스통(인화물질)인지 아닌지 식별이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시민 간 분쟁에 소방공무원이 개입이 힘든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B 소방관은 "물건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종종 들어오는데 작은 물건이라도 사유물이고 자전거 등 고가의 물건도 있기 때문에 임의로 옮기기는 어렵다"며 "사적 공간인 주택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주택에서 현관문 앞에 물건을 쌓아놓는다고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 한 소방서에서 신고·민원을 담당하는 B 소방관은 "2년가량 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과태료 부과로 이어진 사례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보다는 주민끼리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과태료 부과 등 법이나 제도로 해결하는 것보다 입주자 모임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