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오죽하랴. 생리대가 비싸 '신발 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아이 사연이 2016년 알려졌고, 이후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 한해선 매달 1만1500원의 바우처가 주어진다(2021년 기준). 그러나 여전히 생리대 구입 비용이 부족하단 지적이 많다. 또 그런 국비 지원을 받는 여성청소년조차 7%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봉사해왔던 방화6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했다.
복지시설 종사자도, 사회복지사도 아닌 평범하고 따뜻한 자매는 왜 생리대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을까. 26일 오후, 유선인터뷰를 통해 여민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원이라고 일괄적인 게 아니라…아이들이 원하는 '맞춤형 생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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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 검증되지 않은 저렴한 생리대가 아니라, 안전하고 좋은 생리대를 편히 썼으면 싶었어요. 가격이 비싸더라도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쓰는 거잖아요. 생리대 후원하는 곳이 많지도 않지만, 어떤 생리대를 기부하는지 알 수 없더라고요.
형도 : 직접 써보고 좋은 제품을 선별하기까지 했다고요.
민선 : 동생이 성분을 까다롭게 봐요. 여러 종류를 쓰는데, 안 좋은 생리대를 쓰면 피부가 짓무르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환경 호르몬 문제도 있을 것 같고, 아이들은 더 중요할테고요. 피부가 얼마나 연약하겠어요. 더 좋은 생리대를 썼으면 싶었지요.
형도 : 생리대 품질 뿐 아니라 크기도 다양한 걸 보면, 고민을 많이 하셨구나 싶어요.
민선 : 기부를 위해, 복지관에서 청소년들의 생리대 사용 상황을 인터뷰해주셨어요. 대형생리대나 오버나이트가 많았음 좋겠단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복지관 등 민간 기관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생리대는 보통 중형으로 일괄적인 경우가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등 크기가 다양한 생리대를 다 지급하기로 했어요.
형도: 맞춤형 후원이네요. 그런데 유기농 생리대면 비쌀텐데, 후원금이 모자라진 않으셨어요?
민선: 좋은 제품을 선정한 뒤에 해당 기업에 기부 취지를 설명하고 할인해줄 수 있냐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라엘 유기농 생리대를 후원했는데, 다행히 라엘에서 할인해줬어요. 할인 전 가격으로 따지면 6개월치가 16만원 정도 돼요.
"생리대 너무 부드럽고 좋아요", 아이들 만족도 높아
민선: 우선 생리대가 너무 부드럽고 좋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이들도 몰라서 못 샀거나, 비싸서 못 썼던 거지 써보니까 몸이 다 아는 거더라고요. 또 대형 생리대를 쓰니까 밤에 안 새고 좋다고도 하고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생리가 새면 더 민감할 거잖아요.
형도: 아무렴요, 그만큼 고민하고 후원한 물품이니 더 그렇겠지요.
민선: 한 청소년이 그러더라고요. 생리대만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요. 그러니 여성청결제나 속옷전용세제 같은 건 구매할 생각도 못했다고요. 선물을 보니 처음 본 물품도 있고 양도 넉넉하다고 했어요. 저희한테 필요한 게 뭔지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고요. 고맙다고요.
형도: 다양한 크기의 생리대를, 몰랐던 제품을 쓴다는 것도 의미가 깊어보여요.
민선: 그럼요, 엄마가 사다주는 생리대를 일방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고요. 생리대 유형이 여러가지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쓰려면 본인에게 어떤 타입이 맞는지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성교육도 진행하려고 해요. 학교에서 생리대 가는 게 부끄럽다고 갈지 않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2~3시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는데요.
프로젝트 이름, '어쩌다보니'란 말에 담긴 바람
민선: 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속적으로 하다가 확장하고 싶었거든요. 동생이 "언니, 어쩌다보니로 정하자"고 하는 거예요. 우리 지금 정말 어쩌다보니 하게된 것 아니냐고요. 후원해주는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된 것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요.
형도: <어쩌다보니>란 말 좋네요.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어, 그렇게 들려서요.
민선: 그렇죠. 특별한 이유나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 우연히 좋은 일을 하고, 그럼 행복하고 즐겁고, 그런 정도로요. 사람들에게 '기부 꼭 해라' 그런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요.
형도: 그 정도 생각만 품어도, 주변이 훨씬 더 환해질 것 같아요. '선한 영향력'이란 게 그렇거든요.
민선: 제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방화복지관에서 봉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도왔던 아이들이 "저 이제 돈 벌어요"하며 프로젝트에 후원하기도 하거든요. 이 아이들도, 우연히 또 좋은 일을 하게 된 거지요.
형도: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민선: 프로젝트를 몇 번 더 진행하면서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후원 물품을 고르거나, 아이들을 선정하는 법이나, 업체에 연락하는 방법 등에서요. 아마 한 2년쯤 걸릴 것 같아요. 그럼 기부 금액도 늘리고, 지방이나 산간지역 아이들까지 돕고, 사각지대를 더 발굴하고요. 큰 목표는 10~20년이 걸리더라도, 저희 브랜드가 들어가면 맘 편히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