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아반떼 받으려면 '반년'…무엇이 현대차 발목 잡았나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9.2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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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는 '더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사전계약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복합 연비(연료소비효율) 15.3km/ℓ(5인승, 17인치 휠, 2WD 기준)의 높은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1.07.01.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는 '더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사전계약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복합 연비(연료소비효율) 15.3km/ℓ(5인승, 17인치 휠, 2WD 기준)의 높은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1.07.01. *재판매 및 DB 금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외로 장기화되면서 현대차 3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다. 신차 수요는 많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쉬는 날이 늘면서다.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동남아에서 코로나19(COVID-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올 하반기에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란 예측도 크게 빗나갔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주요 증권사들이 발표한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1조799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들어 보여준 영업이익 상승세는 꺾일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엔 세타 엔진 관련 리콜 문제 등으로 3138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싼타페·아반떼 받으려면 '반년'…무엇이 현대차 발목 잡았나
그 이후로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신차들의 잇따른 흥행 성공 등으로 영업이익이 증가로 돌아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1조2544억원, 올 1분기 1조6566억원, 2분기 1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컨센서스보다 크게 하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원재료 가격 상승 및 반도체 공급 부족, 조업 일수 감소 등으로 올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을 1조6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에 발목..'싼타페 하이브리드' 받으려면 반년 기다려야
잘나가던 현대차의 발목을 잡은 건 결국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동남아 등지에서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서 연쇄효과로 현대차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및 반도체 부품은 주로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를 협력업체가 구입해 현대차로 공급하는 방식인데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공장 가동률이 20%대로 낮아졌다.

싼타페·아반떼 받으려면 '반년'…무엇이 현대차 발목 잡았나
올 하반기 들어 현대차 인기 모델인 그랜저와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국내 공장들도 여러차례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8일까지 4주 동안 아이오닉6 등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 공사를 위해 공장을 세운 것과 더불어 이달에만 ECU 공급 문제로 두 차례 가동을 멈췄다.


팰리세이드와 스타리아, 포터 등을 생산하는 울산4공장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휴업했다. 공장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지만 반도체 재고 부족으로 100% 정상 가동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차 계획 대비 8월 생산량은 약 10%, 9월은 약 20% 정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가 늦어지니 기존에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를 사려고 했던 고객들도 '차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갈아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은 반년 이상, 투싼은 최대 8개월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는 내년 출고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車반도체 공급난 해소 언제?…"예측 어렵다"
현대자동차의 8인승 대형 SUV '팰리세이드(Palisade)' 야간주행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차현대자동차의 8인승 대형 SUV '팰리세이드(Palisade)' 야간주행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차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쯤 끝날지 정확하게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완성차 업계에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신·증설 시점을 고려해 공급난 해소 시작 시점을 올 3분기로 내다봤지만, 이번 '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예상 시나리오에 없었다.

반도체 공급난 양상도 달라져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올 초엔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자동차 수요가 폭발할 것을 예상치 못해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면, 하반기엔 코로나19 변이 확산에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 비중 확대까지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10배 이상 반도체 부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반도체 수급난 해소 시점도 제각각이다. 현대차는 올해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실제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주공급원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어야 해소될 것이라며 부족 사태가 수개월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자동차의 유럽 법인 회장은 "자동차 업체들의 반도체 부족 대란이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언제 정확하게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그룹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반도체 수요·공급의 구조적 문제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그 다음해에야 완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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