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러나 ‘오징어 게임’만의 흥미로운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참가자들이 이 무자비한 생존 게임에 강제 소환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모두의 목적은 하나다. 우승자가 되어 거액의 상금을 받는 것이다. 미국의 ‘슬레이트 매거진’은 ‘오징어 게임’을 꼭 봐야 하는 신작으로 소개하며 ‘이 장르의 다른 사촌들과 주요하게 다른 점은 감정적인 펀치를 날린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진지한 시청자라면 인생의 밑바닥에서 이보다 절박할 수 없는 이들의 사정과 그들의 처절한 생존을 사회의 메타포라 여기며 자본주의 계급 사회의 경쟁과 도덕, 망조에 대해 잠시 상념에 잠길 만하다. 캐릭터의 여정이나 주제 의식에 있어 명작 일본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영향도 느껴지는 한편, ‘오징어 게임’은 어른들의 놀이가 아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전통 놀이를 배치해 데스 게임 장르를 신선하게 변주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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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장악한 팝 컬처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할로윈 의상 분야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한다. 이미 ‘오징어 게임’ 관리자의 핫핑크 점프수트와 펜싱 마스크 비슷한 가면이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DIY 코스튬을 원하는 이들은 아마존에서 핑크 우비 세트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다. 점프수트 코스튬이라면 한동안 ‘브레이킹 배드’ 하이젠버그의 노란 비닐 의상이 대세였으나, 앞으론 ‘오징어 게임’의 핫핑크 색상이 한동안 인기를 얻지 않을까 하는 섭부른 추측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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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이 이런 팝 컬처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선 대다수 사람이 납득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설국열차’ ‘부산행’ ‘기생충’ ‘킹덤’ 등 한국은 꾸준히 계층 문제를 기반으로 한 호러/스릴러 장르에서 신뢰를 쌓아왔고 ‘오징어 게임’도 그 자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다.
타인종이나 젠더 묘사에 있어 부족한 부분도 보이지만, 미국 시청자들은 그보다 VIP로 등장하는 외국인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에 더 불편함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렇듯 한국 컨텐츠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은 국내와는 달라서 더 흥미롭다. 또한 국내의 평가가 어떠하든 세계의 동시대 이야기로 수용되는 현상은 여전히 신기하다. OTT의 시대가 전세계 팝컬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가운데 이 게임에서 누가 먼저 오징어 머리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어쨋든 한국 컨텐츠는 막강한 공격수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