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장애인 구역에 '얌체 주차'…계속 신고하자 벌어진 일 '황당'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1.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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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주차 자리가 있음에도 꾸준히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는 의문의 입주민 B씨가 있습니다. B씨의 차량에는 어디에도 장애인사용자동차 표식이 없습니다. 비장애인 차량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도 B씨는 매일 같은 자리에 차를 주차합니다. 매일 장애인 주차구역 규정을 위반한 겁니다. A씨는 이런 얌체 행동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B씨 차량이 장애인주차구역에서 사라질 때까지 무려 6개월간 꾸준히 민원신고를 넣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해당 주차면에 그려져 있던 장애인주차구역 표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겁니다. 누군가 흰색 페인트를 덧칠해 엉성하게 표식을 지운 모습입니다.



B씨의 소행이 의심되지만 아쉽게도 증거는 없습니다. 얌체 주차를 넘어 대놓고 규정을 무시하는 상황,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장애인주차구역 훼손 '과태료 50만원'

장애인주차구역은 장애인사용자동차등표지가 발급된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표지를 발급받으려면 △장애를 가진 본인 △간호하는 가족 △장애인 통학용 차량 △장애인복지단체 등에 해당해야 합니다. (장애인복지법 39조) 이를 어기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거나 주차가능표지 부착했더라도 보행상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됩니다.


걷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마련된 규정인 만큼 아파트 등 사유지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주차된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의 구획 선을 밟기만 해도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만큼 법 적용도 매우 엄격합니다.

A씨 아파트처럼 누군가 장애인주차구역을 아예 훼손했다면 얼마의 과태료를 내야 할까요?

물건을 쌓거나 그 통행로를 가로막고 표식을 지우는 등 장애인 주차구역 내 주차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과태료가 50만원으로 확 불어납니다. (장애인등편의법 17조 5항)

흔히 일반 도로에서 주·정차를 할 때 5분까지는 괜찮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사항인데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이런 잠깐의 주·정차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단 1~2분 정차했더라도 단속이 가능합니다.

평행(이중)주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증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 장애인, 목발사용 장애인은 이중주차 차량을 밀기 힘들기 때문에 이 또한 주차방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아파트 주민들끼리 합의해 임의로 장애인주차구역을 없애버리는 것도 불법입니다. 다만 공공장소의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시에는 견인이 가능한 것과 달리 아파트 장애인 주차구역은 과태료 부과는 가능하지만 견인은 어렵습니다.

가끔 이런 점을 악용해 주차 단속 때만 잠시 다른 곳으로 차량을 이동시켰다가 단속이 끝난 후 다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는 이들도 있는데요. 이와 같은 꼼수를 쓰면 2회 주차 위반으로 간주해 2배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법 주차가 지속될 경우 2시간마다 1회의 과태료가 추가됩니다. 위반 고지 후 하루동안 장애인주차구역에서 차를 빼지 않았다면 최대 120만원의 과태료를 추가적으로 내야 합니다.

◇없어진 장애인주차구역 복구하려면

A씨 아파트의 장애인주차구역이 단 하나였고 이것이 훼손됐다면 국가가 나서서 이 아파트에 장애인주차구역을 다시 만들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단 이 아파트가 준공된 지 17년 이하일 때만입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장애인 주차구역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는 2005년 7월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주차대수가 10대 이상이라면 장애인 주차구역은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각 지자체별 차량 보유 현황과 인구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의 모든 아파트는 전체 주차대수 중 2~4%를 장애인주차구역으로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장애인주차구역을 개인이 임의로 없앤다면 시정명령이 내려옵니다. 지자체가 정해준 기간까지도 아파트 측이 이를 복구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통상 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비용을 고려해 3000만원 이하의 금액을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행강제금이란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강제로 돈을 걷는 방식을 통해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집행벌의 일종입니다. 한 번 처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의무가 미이행된 상태라면 이행강제금이 수 차례 부과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장애인주차구역이 복구되지 않는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혐의로 500만원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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