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사진=포스코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 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올해 조강 생산량을 지난해 10억6000만톤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상반기에 5억6000만톤을 생산했기 때문에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에 6000만톤을 감산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달 조강 생산량은 8324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반기 감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말로 갈수록 생산량을 더 줄어야 한다. 공급량 부족에 따른 철강재 가격 강세를 예상한 이유다.
중국의 철강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POSCO (421,000원 ▼7,000 -1.64%))와 현대제철 (31,800원 ▼800 -2.45%)은 이달에도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톤당 5만원씩 올렸다. 지난해 말 70만원 수준이었던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현재 130만원대로 2배 가까이 뛴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재 가격을 올린 명분인 철광석(원료) 가격 역시 중국 조강 감산과 헝다그룹 파산 위기설 등으로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 5월 톤당 237.5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철광석 가격은 7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20일 톤당 93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밑을 기록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중국 철강재 가격과 철광석 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철강재 가격을 더 이상 올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철강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다 해도 국내 철강재 가격에 바로 반영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철강재가 국내에 저가로 유입되면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 중국 정부가 조강 생산량을 감산 중이기 때문에 해외 수출 물량이 늘어나긴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5월부터 수출증치세 환급 폐지 품목을 대폭 늘리면서 국내에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아울러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지만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인하됐다고 볼 수 없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지난 4월까지 톤당 110달러 수준이던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5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전날(22일) 톤당 409달러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철강재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중국 철강사들이 저가로 수출해 국내 가격도 하락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글로벌 조정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는 11월까지 계절적 성수기인데다 원료탄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 가격이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