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다그룹 파산설에 韓철강 가격 상승세 제동 걸리나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9.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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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사진=포스코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사진=포스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고공행진하던 중국 철강재 가격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 중국 열연·냉연·후판 등 주요 철강재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 세계 철강 생산 1위 국가인 중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한국 철강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직전 주 대비 1.4% 소폭 하락하며 892달러를 기록했다. 냉연강판과 후판 유통가격 역시 1% 내외로 하락했다. 당초 중국 정부가 하반기 대규모 철강 감산을 발표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설이 나오며 건설용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진게 반영됐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 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올해 조강 생산량을 지난해 10억6000만톤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상반기에 5억6000만톤을 생산했기 때문에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에 6000만톤을 감산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달 조강 생산량은 8324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반기 감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말로 갈수록 생산량을 더 줄어야 한다. 공급량 부족에 따른 철강재 가격 강세를 예상한 이유다.



하지만 헝다그룹 파산 위기설이 돌기 시작하자 건설용 수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보다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중국의 부동산 신규 착공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중국의 철강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POSCO (421,000원 ▼7,000 -1.64%))와 현대제철 (31,800원 ▼800 -2.45%)은 이달에도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톤당 5만원씩 올렸다. 지난해 말 70만원 수준이었던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현재 130만원대로 2배 가까이 뛴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재 가격을 올린 명분인 철광석(원료) 가격 역시 중국 조강 감산과 헝다그룹 파산 위기설 등으로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 5월 톤당 237.5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철광석 가격은 7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20일 톤당 93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밑을 기록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중국 철강재 가격과 철광석 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철강재 가격을 더 이상 올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철강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다 해도 국내 철강재 가격에 바로 반영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철강재가 국내에 저가로 유입되면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 중국 정부가 조강 생산량을 감산 중이기 때문에 해외 수출 물량이 늘어나긴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5월부터 수출증치세 환급 폐지 품목을 대폭 늘리면서 국내에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아울러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지만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인하됐다고 볼 수 없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지난 4월까지 톤당 110달러 수준이던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5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전날(22일) 톤당 409달러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철강재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중국 철강사들이 저가로 수출해 국내 가격도 하락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글로벌 조정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는 11월까지 계절적 성수기인데다 원료탄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 가격이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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