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오징어 게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데스게임' 장르의 매력, 이에 더해진 독창적 세계관과 연출력이 흥행을 뒷받침했다.
오징어게임에 200억...큰손 넷플릭스 과감한 투자 선순환이는 넷플릭스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구현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수백억원대 드라마가 흔해진 탓에 오징어게임의 200억원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지만, '넷플릭스 이전' 국내 드라마의 제작 환경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반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은 회당 제작비가 약 23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기존 한국 드라마 제작비의 4~5배를 쓴 셈이다. 또 다른 넷플릭스 화제작 '스위트홈'도 회당 제작비가 약 30억원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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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2500편 가량으로, 이미 전체 콘텐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국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한 만큼, 한국 콘텐츠 투자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규 이용자 수 감소세로 보다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를 원하는 넷플릭스에게 한국 콘텐츠가 해결책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징어게임 초반 반응이 뜨거운 만큼 내년 말쯤 시즌2 공개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오징어게임 흥행은 넷플릭스가 다시 한번 한국 콘텐츠 투자 의지를 일깨운 계기가 됐을 것"이라면서 "디즈니+ 국내 진출을 앞두고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제작사와 빠르게 손잡아야 하는 조바심이 있을 텐데, 국내에서 새로운 제작 인력을 발굴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공격적 투자 맞불
디즈니플러스
여기에 넷플릭스를 위협할 또 다른 글로벌 강자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국내 상륙을 예고한 것도 변수다. 디즈니는 아시아 시장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태양의 후예'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와 5년간 콘텐츠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제작중인 강다니엘 주연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서강준·김아중 주연의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드', 유명 웹툰 원작 '무빙'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에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드라마 제작사에 제작비와 일부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가져가는 넷플릭스 특유의 수익 배분 방식 때문이다. 제작사로선 향후 IP를 활용한 사업적 가치를 고려하면, '당장의 수익'과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저울질해야 한다. 국내 OTT들이 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자본과 차별화해 제작사들을 공략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자본과 대결하기 위한 국내 OTT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OTT업체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재편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며 "인수·합병(M&A)국면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로 국내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한 바람직한 투자, 제작, 수익분배 시스템의 룰을 구축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