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도 물러났다…"WSJ의 저격 기사 때문"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1.09.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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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각종 부정 논란 속 CTO 교체
AR·VR 담당 보스워스 후임자로 내정
향후 메타버스·하드웨어에 초점 둘 듯

/사진=AFP/사진=AFP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이은 공세에 페이스북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교체된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CT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임 소식을 알렸다. 슈뢰퍼 CTO는 "내가 페이스북을 얼마나 사랑하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에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기 때문에 (사임) 결정은 매우 힘들었다"며 "이제 남은 시간을 자선활동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 쓸 것이나 기술 인재 채용 및 개발 등에 대해선 회사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적었다.

슈뢰퍼 CTO는 2008년 8월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페이스북에 합류했고, 2013년 3월부터 CTO를 역임해왔다. 슈뢰퍼는 8년여간 유지한 CTO 자리를 오는 2022년 후임자에게 넘겨준 뒤 비상근 선임연구원으로 페이스북에 남아 기술 분야 인재 영입과 육성에 매진하고, 인공지능(AI) 사업부 총괄 업무도 이어갈 예정이다.



차기 CTO은 현재 하드웨어 사업부 책임자인 앤드류 보스워스다. CNBC는 "보스워스의 승진은 향후 페이스북이 하드웨어를 우선순위에 둔 계획을 세울 거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보즈워스가 새로운 CTO로서 증강(AR)·가상현실(VR)과 메타버스를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초 VR 단말기를 만드는 오큘러스 사업부의 주요 초점이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에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의 제조업체 에실로 록소티아와의 협업으로 스마트안경 '레이벤 스토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이밴 스토리즈의 좌우 테두리 부분에는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등이 내장돼 사진과 동영상 촬영, 전화통화, 녹음 등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이벤 스토리즈를 불법촬영이나 스토킹 등 사생활 침해 범죄에 사용되는 '스파이 장비'라고 날을 세웠다.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로이터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로이터
외신은 슈뢰퍼가 CTO 자리를 반납하게 된 결정적 배경을 최근 논란이 된 WSJ의 페이스북 저격 기사로 꼽았다.

FT는 "슈뢰퍼의 사임 발표는 최근 WSJ의 저격으로 미국 정치권 내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 강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CNBC도 "페이스북 CTO 교체는 페이스북이 서비스 전반에 걸쳐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문제를 방치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WSJ의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앞서 '페이스북 파일'(the Facebook files)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의 만행 5가지를 지적했다. WSJ의 보도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페이스북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거세졌고, 이 여파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의 후폭풍이 발생했다.


WSJ은 페이스북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한 문건을 근거로 페이스북이 그동안 유명인이 자사 정책에 위반한 게시물을 올려도 즉시 삭제하지 않은 등 지난해 기준 유명인 580만명의 계정을 특별관리하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엑스체크'(Xcheck)라 불리는 화이트리스트 운영 전담팀은 선전성, 정치성 등을 이유로 즉시 삭제해야 할 게시물이 유명인의 계정에 올려졌다는 이유로 삭제 시점을 미뤘다.

또 페이스북이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내부 조사를 통해 인지하고서도 이를 묵인하고,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WSJ은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2018년 뉴스 플랫폼 개선을 위한 알고리즘 개편으로 선정성 논란과 사회적 분노가 더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문서엔 페이스북이 개발도상국의 인신매매·마약거래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됐음에도 적극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페이스북을 통한 코로나(COVID-19) 백신거부 조정현상에 대한 미흡한 관리도 지적 대상으로 거론됐다.

'페이스북 파일' 취재에 참여한 제프 호위츠 WSJ 기자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이 모든 부정적인 것을 멈출 수 있는 도구(능력)를 갖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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