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흘러넘친 추석 TV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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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사진제공=MBC


추석 연휴가 끝나고 모두 일상으로 복귀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반복되던 일들로 돌아왔지만 추석의 여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하다. 추석의 여러 잔향 중에는 음악도 있을 법하다. 지난 연휴 동안 TV를 통해 쏟아졌던 음악의 양이 그 어느 명절 방송보다 많아서 그렇다. 2021년 추석 방송에는 파일럿 예능이든 특집 방송이든 음악 프로그램이 압도적이었다.

음악 프로그램은 언제나 추석에 중시됐다. 지난해 추석만 봐도 신드롬을 일으켰던 KBS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있었고 노래 대결 승자 가리기 베팅쇼인 tvN ‘올인’과 방구석에 숨어 노래하는 이들의 정체를 맞추는 음악 추리 대결쇼 SBS ‘방콕떼창단’ 등이 추석을 맞아 선보였는데 이때도 음악 예능은 다른 장르에 비해 수적으로 월등히 많았다.



한국인은 흥과 가무의 민족.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에 음악이 넘쳐흐르는 일은 그리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추석에는 추수의 기쁨을 표현하고 누리는 가무를 즐긴 한민족의 오랜 전통도 있으니 음악과 추석은 원래도 연관성이 깊다.

음악 프로그램으로 분류할 만한 이번 연휴의 파일럿, 특집은 KBS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이하 ‘대한민국, 심수봉’)을 필두로 여러 편이다. 비슷한 공연형 음악 쇼로는 ‘미스트롯2’ 주역들과 김수미 김완선 빅마마가 함께 한 TV조선의 ‘달뜨는 소리’와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들과 후배 가수들의 합동 무대인 MBC ‘강변가요제:레전드’가 있었다.



사진제공=KBS사진제공=KBS
MBC는 음악 예능 ‘더 마스크드 탤런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의 스핀오프로 일반인 참가자의 복면가왕 버전이다. MBC는 이번 추석에 가장 풍성한 음악을 들려줬는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Re:present’(이하 ‘김-봄 콘서트’)를 통해 디지털 기술로 고 김현식과 전태관의 공연을 부활시키키도 했다.

연휴가 시작되는 17일과 18일 MBC ‘야생돌’ 첫 회와 KBS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이하 ‘새가수’) 파이널 방송까지 합치면 추석 음악 프로그램의 수는 더 늘어난다. ‘야생돌’은 이번 방송분에서 서바이벌에 집중하느라 음악을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오디션을 서바이벌과 합친 포맷인 만큼 결국은 음악도 중요한 음악 예능의 한 갈래임은 분명하다.


‘새가수’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두 달간 경연을 이어 온 결과로 18일 마지막 무대를 갖고 최종 승자를 가렸다. 음악이 넘쳐났던 이번 추석에는 교양 프로그램에서까지 좋은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이선희와 악동뮤지션이 나온 KBS ‘한 번쯤 멈출 수밖에’에서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길들 위로 떠나면서 한국의 소리와 풍경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고 놓치고 살았던 삶의 작은 행복을 만나보는 감성 로드 다큐다. 하지만 이선희와 악동뮤지션이 방송 중 선보인 즉흥 라이브 무대도 이번 추석 TV의 음악 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순간이었다.

이번 추석에는 퀴즈가 있는 인포테인먼트 교양형 예능 ‘이거알아’(KBS), 스타와 형제 자매의 관계를 보여주는 관찰 예능 ‘호적메이트’(MBC), 예비신부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여성 예능 토크쇼 ‘브라이드X클럽’, 배우들이 연기 비중을 높인 스토리텔링 예능 ‘전설의 배우들’(KBS)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들이 선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음악 예능이 압도했다.

사진제공=MBC사진제공=MBC
풍악 소리는 넘쳐 흘렀지만 꼭 좋은 시절이라 이리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변화됐다. 이전까지 대세였던 여행 장르 등이 쇠퇴하고 관객 없는 비대면 음악 예능 등 상대적으로 방역 수칙 준수가 용이한 포맷들이 주류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추석에 음악 프로그램이 넘쳤던 상황은 그런 맥락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펜데믹의 장기화에 지친 대중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전하기 위해 음악 프로그램들이 더 적극적으로 소환된 듯도 하다. ‘대한민국, 심수봉’이나 ‘김-봄 콘서트’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심수봉’은 심수봉 특유의 짙은 감성의 음악들로 인해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안의 시간으로 다가갔다.

‘김-봄 콘서트’는 ‘강변가요제:레전드’와 마찬가지로 추석 콘텐츠의 단골 테마인 추억 소환의 기획 의도 아래 준비됐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기술력을 통한) 김현식과 전태관의 부활과 협연으로 생사의 벽을 극복하는 컨셉트가 맞물려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위로까지 전달했다.

음악은 흥을 돋우기도 하고, 슬픔의 정화 작용인 카타르시스를 부르기도 한다. 적어도 추석에 들리는 음악은 카타르시스보다 흥이 훨씬 많아야 어울릴 듯한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넘쳐났던 음악 프로그램들이 그렇지는 않았다고 여겨진다.

내년에는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음악 프로그램들 수는 좀 줄더라도 흥은 더 넘치는 추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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