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이쯤 되면 '공공재'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이여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9.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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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BTS 서울 홍보 영상 화면 캡처사진출처=BTS 서울 홍보 영상 화면 캡처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자신의 음악적 영역 그 이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온 사례는 적지 않다. 뛰어난 스타일로 패션 트렌드를 앞서 이끌거나, 팬덤 혹은 대중에게 기부나 봉사활동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촉발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 영역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경우도 꽤 많다. 그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더욱 특별하다. 특히 최근 K팝이 하나의 세계적인 현상이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파워나 규모는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이들은 이미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서 스타가 국가 혹은 지역과 ‘윈윈’하며 동반 성장하는 역사적인 선례들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방탄소년단은 한한령으로 K-문화 콘텐츠 전반이 위축되어있던 2017년 서울시 홍보대사로 처음 위촉된 이후, 흔들림 없이 매년 꾸준히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광고 영상 ‘서울라이프’를 시작으로 try 2018년 ‘나의 서울 플레이리스트’, 2019년 ‘나처럼 서울에서 너도’, 2020년 ‘서울에서 만나요, See You in Seoul’ 등의 다채로운 협업 콘텐츠를 연이어 선보이며 서울의 매력을 전세계에 알려왔다. 공개 직후 매번 서울시 관광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것은 물론, 동시 접속자 또한 평소보다 100배 넘게 몰리며 뜨거운 화제를 일으킨다.



지난 9월에도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를 응용한 ‘어기영차’ 선창과 내레이션에 참여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역동적인 모습으로 서울의 모습을 완성도 있게 표현한 ‘어기영차 서울 편(with BTS)’을 공개하며 또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팬데믹 와중에도 서울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한다’는 메시지는 ‘일상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는 방탄소년단의 곡 ‘Life goes on’과도 같은 맥락의 의미를 가지고, 일관된 메시지는 영상 조회수 4,000만 뷰, 댓글 3만개를 목전에 두고 끊임없이 화제몰이 중이다. 댓글에는 서울에 대한 찬사는 물론 팬데믹이 끝난 후 서울에 꼭 방문해 보고 싶다거나, 한국인이지만 서울을 다시 보게 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과 소통하고, 서울의 새로운 이미지를 소구하려는 서울시의 전략이 그대로 통한 것이다.

공식 앰버서더 활동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방탄소년단의 해외 일정이 위축되면서, 서울을 기반으로 한 무대 및 영상 콘텐츠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추석,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무대로 한 ‘IDOL’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이들은 국내 곳곳의 관광지 및 주요 스폿에서 무대를 펼쳐왔다. 지난해 10월에는 2020 빌보드 뮤직 어워드 공연의 일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규모감이 느껴지는 ‘Dynamite’ 무대를 선보였고, 얼마전 개통한 서울 월드컵대교에서는 개통 전부터 다리를 통째로 빌려 빌보드 메가 히트곡인 ‘Butter’ 무대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보이기도. 이 영상은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을 통해 그대로 송출됐고, 공개 직후 조회수 1,400만을 훌쩍 뛰어넘으며 월드컵대교는 실시간 SNS 키워드로 떠오르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출처=서울 월드컵대교에서 촬영된 'Butter' 영상 화면 캡처사진출처=서울 월드컵대교에서 촬영된 'Butter' 영상 화면 캡처
퀄리티 높은 이들만의 무대 퍼포먼스와 한국적인 배경은 세계인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 현재 코로나로 관광이 위축되긴 했지만, 실제로도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 사진의 촬영 장소, 방탄소년단이 방문했던 주요 공간들을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는 일은 국내 팬덤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주요 트렌드가 됐다.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진 곳뿐 아니라 ‘WINGS: YOU NEVER WALK ALONE’의 재킷사진 촬영지가 된 주문진 향호해변, 발라드곡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경기 양주의 일영역 등은 이미 연간 무수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주요 관광 스폿으로 재탄생한 지 오래다. 최근 ‘Butter’가 수록된 앨범 재킷 사진의 촬영 장소였던 강원 삼척의 맹방해변 등은 소품으로 사용된 비치 발리볼 네트와 의자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으며 또 다른 관광 스폿으로 탈바꿈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초까지 자주 방문했던 한식 음식점은 이미 명소가 되어 글로벌 팬들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RM이 방문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여수 향일암 등은 물론, 뷔가 방문한 양양의 낙산해수욕장 등 지역 곳곳은 방탄소년단이 지닌 트렌디한 K팝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새로운 색깔의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멤버 RM은 서울에 대한 ‘찐’ 애정으로 SNS에 서울 관련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홍보 효과에 톡톡히 기여하기도 한다. 한강을 걷고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거나 서울시립미술관 등 전시 공간을 관람하는 인증샷 등을 올리는 것도 물론이다. 실제 서울을 주제로 서울 곳곳의 아름다움을 담은 믹스테잎 발표곡 ‘서울(Seoul)’을 선보인 것 또한 글로벌 팬들의 한국과 국내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특별히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다.

방탄소년단 UN 퍼포먼스 영상, 사진제공=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 UN 퍼포먼스 영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그 영향력은 국제적 무대로 더욱 크고 넓게 확장된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유엔총회 개회 연설을 마쳤다. 2018년과 2020년에 이은 도합 세번째 연설. 국내 스타들 중에서는 최초로, 전례 없던 사례로 젊은 층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문화 특사로 임명한 이유에 관해서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받은 사랑을 선한 영향력으로 돌려 드린다는 점이 특별하다. 미래세대,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그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특별사절로 임명하고 동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기아·기후·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내 아시아계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꾸준히 내왔다. 이들의 행보는 방탄소년단 팬덤의 주축이 되는 MZ세대의 사회적 이슈를 향한 행동력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오는 30일 서울관광 유튜브 채널 ‘VisitSeoulTV’은 방탄소년단과 서울관광재단이 함께한 영상 ‘BTS 서울시 홍보대사 5주년 스토리’를 공개할 것을 예고했다. 방탄소년단이 5년간 홍보대사에 참여하며 찍은 영상 콘텐츠들을 다시 꺼내 보고 서울에 관한 퀴즈쇼를 펼치는 내용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 이쯤 되면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보이밴드’라는 말을 과언이 아닌 듯하다. K팝의 수준을 제고시키는 것 이상으로 자신들이 발 딛고 선 고장을 꾸준히 알리고, 도시 이미지와 함께 동반 성장하는 모습은 이들이 왜 지속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흐뭇한 모습이다. 걸출한 스타는 매번 탄생하게 마련이지만, 일곱 청년들의 특별한 행보는 K팝의 품격을 넘어 국가적 위상에 영향력을 떨친 아티스트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한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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