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도 잊을만큼 치명적인 '그 녀석'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9.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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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⑮] 가을을 대표하는 고소한 맛의 최강자 '전어'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고부갈등도 잊을만큼 치명적인 '그 녀석'


고부갈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손윗사람에 대한 절대 복종을 강요하면서 여성의 인권은 바닥으로 치닫던 조선시대 며느리들의 울분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심했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결혼하면 '출가외인'으로 여기던 시대에 가출까지 이들까지 있었을까.



과거 집 나간 며느리들이 적지 않았단 사실은 속담이 방증한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로 돌아온다는 얘기. 이 속담이 방증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면 가을 전어의 맛과 냄새가 그만큼 치명적이란 사실일게다.

돈주머니 생각도 안하고 사들이게 되는 전(錢)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전어.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전어.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전어(Konosirus punctatus)의 한자어를 우리 말로 풀어내면 '돈 생선'이다. 조선중기의 정책서 임원경제지에서는 "상인들이 전어를 소금에 절여 한양에서 파는데 신분의 귀천 없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묘사한다. 그만큼 조상님들로부터 그 맛을 인정 받은 생선이다.



맛 좋은 전어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해역에서 잡힌다. 강 하구,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처럼 연안에 주로 서식해 잡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 덕분에 전국으로 퍼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숙한 먹거리가 됐다. 그 중에서도 경남 통영, 사천, 거제, 하동, 전남 광양 등 남해 지역은 영양염이 풍부한 연안을 끼고 있어 전국 전어 총생산량의 50%를 담당한다.

전어 잡이가 금지되는 금어기는 산란 시기인 5월1일부터 7월15일까지다. 이 기간에는 유통량이 거의 없으며 8월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하다 맛이 절정에 오르는 11월부터 전국으로 유통돼 사람들의 식탁에 오른다. 이 시기 전어의 맛을 표현할 때 "가을 전어 머리는 깨가 서 말"이라고 할 정도로 고소함이 일품이다.

전어는 영양 또한 풍부하다.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줘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를 보이면서 어린이 두뇌 발달과 노인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시집살이 어려움을 이겨낼 가을 전어, 비결은 '지방'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가을 전어구이. /사진=수협쇼핑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가을 전어구이. /사진=수협쇼핑
이처럼 가을에 가장 맛이 좋아지는 전어의 특성은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가장 높아지는 지방 함량 덕분이다. 이때는 주로 회나 구이로 전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를 놓친 전어 또는 지방을 적게 갖고있는 어린 전어는 초절임을 해 초밥의 재료나 젓갈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회로 먹을 때는 뼈째 썰어먹는 방법(세꼬시)이 일반적이다. 칼슘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가을 전어의 풍부한 지방 함량은 구워먹을 때 가장 도드라진다. 이 때문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까지 나온 것. 제철 전어가 시집살이를 이겨낼만큼 맛있다는 얘기다. 간혹 이 속담이 전어 장사꾼들의 '마케팅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수산물의 제철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맛있어지는 '맛의 제철'과 어획량이 많아 생기는 '어획량의 제철'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어의 제철 9~11월은 전어가 산란을 마치고 체내 영양 상태를 회복하고 어획량도 많아지는 '제대로 된 제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어를 드시려면 수온이 18℃ 이하로 내려가고 지방함량이 절정을 이루는 11월이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2005년부터 전어 완전양식 성공
몸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작은 반점들이 전어의 특징이다.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몸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작은 반점들이 전어의 특징이다.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사실 전어가 맛있긴 하지만 흔한 만큼 그리 값비싼 고기는 아니었다. 1980년대에는 남해지역 음식점에서 공짜로 퍼주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면서 활어 운반기술이 발전하고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면서 그때부터 인기가 치솟았다.

전어의 유명세를 거든 것은 양식 기술의 발달이다. 정관식 여수대 수산생명과학부 교수팀은 2005년 어미 고기의 사육환경 조절과 먹이의 영양 강화 등의 사육기법을 개선해 육상 수조에서의 '순치사육'에 성공했다. 그 전까지는 자연상태에서 산란 직전의 전어를 붙잡아 수정란 일부를 확보하는 '불완전 양식'에 머물렀다. 현재 서해와 남해의 노지 및 실내수조에서 주로 생산된다.

일부 양식장에서는 흰다리새우와 전어를 함께 양식한다. 전어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를 흰다리새우가 먹어 수질을 맑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전어와 닮은 꼴인 청어, 밴댕이, 반지
(위에서부터)전어, 청어, 밴댕이, 반지.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에서부터)전어, 청어, 밴댕이, 반지.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전어와 닮은 생선으로는 청어와 밴댕이, 반지가 있다. 모두 전어와 마찬가지도 청어목(Clupeiformes)에 속해있다. 이 중 전어의 특징은 납작한 몸과 등에서 나타나는 진녹색, 몸에 박힌 작은 반점과 아가미 뒤쪽의 검은 점, 등지느러미의 마지막 기존(지느러미 줄기)가 실처럼 뻗어있는 점 등이다.

청어는 등이 푸른색을 띠고 몸에 반점도 없다. 또 몸 크기가 보통 30㎝가 넘어가기에 최대 26㎝ 정도까지 자라는 전어와 구분된다.

밴댕이는 흔히 지방에서 '디포리'라고 불리며 육수용으로 많이 쓰인다.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할 때의 그 밴댕이다. 납작한 체형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몸에 반점이 없다.

반지는 일부 지역에서 밴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명칭은 반지가 맞다. 몸의 등쪽은 청록색, 옆구리와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배지느러미 중간부분은 흰색이며 그 외의 다른 지느러미는 모두 노란색, 꼬리지느러미의 뒤쪽 끝 가장자리는 검은색이다.

맛있는 가을 전어 시즌이 시작됐다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가을 전어가 지금부터 슬슬 유통되기 시작한다. 이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옛말처럼 가을전어 굽는 냄새가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리는 없겠지만, 배우자가 집 나가기 전에 고소한 전어구이에 소주 한잔 나누면서 명절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어떨까.

감수: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푸짐하게 차려진 가을전어 회.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푸짐하게 차려진 가을전어 회. /사진=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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