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가 30% 뚝…삼성 흔드는 그해 '반도체 겨울'의 기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9.21 07:54
글자크기
D램 현물가 30% 뚝…삼성 흔드는 그해 '반도체 겨울'의 기억


삼성전자 (79,600원 ▲700 +0.89%)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이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D램 현물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반년새 낙폭이 30%에 달한다. 시장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현물가격 하락세를 두고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 조기 종료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18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날 PC용 D램(DDR4 8Gb) 현물거래가격이 평균 3.723달러로 이달 들어 0.1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3월16~22일 5.3달러와 견줘 29.7% 하락했다. 특히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4.8달러 수준을 지켰던 현물가격이 최근 두달여 동안 1달러 이상 급락했다.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은 주로 중소 IT업체나 PC 부품 도매상이 거래하는 가격을 말한다. 애플이나 구글, HP 등 글로벌 주요업체는 통상 분기별로 계약하는 고정가격으로 대량 거래한다. 현물거래가 메모리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거래 물량이 적은 만큼 수급 상황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현물가격이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경우는 흔하다. 올 들어 지난 4월 고정거래가격이 3달러에서 3.8달러로 26.7% 오르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의 2분기 깜짝 실적을 견인하기 전에도 2월 중순부터 한달여 동안 현물가격이 3달러 후반에서 5달러대로 급등했다.

가격이 떨어지던 시기를 살피면 지난해 1월 중순부터 5월까지 현물가격이 떨어지자 상반기 상승세를 보였던 고정거래가격이 같은 해 7월부터 하락세를 돌아서 연말까지 5개월 연속 내렸다.

시장에서 올해 고정거래가격이 이르면 4분기 하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9월 고정거래가격이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7~8월 고정거래가격은 4.1달러로 지난달 하순부터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밑도는 상태다. 9월 고정거래가격이 4.1달러를 유지한다면 현물가격과의 차이가 현재 수준으로 비교해도 0.5달러 가까이 벌어진다.


지난달 모간스탠리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가 주목했던 지점도 이 부분이다. 모간스탠리는 내년부터 D램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떨어진다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실적에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에서 D램 비중이 50%, SK하이닉스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나 낸드플래시에 비해 양사의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D램은 수율(생산품에서 차지하는 합격품의 비율, 불량률의 반대말)이나 생산단가 등에서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을 책임지는 제품으로 통한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업계에서는 다만 공급과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서 이렇다할 수요 변화 조짐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 반짝 호황기가 길지 않았던 만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D램 시장이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더라도 길거나 깊진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인사는 "최근 시장에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으로 삼성전자가 D램 출하량을 예상보다 80억개가량 늘렸기 때문이는 얘기가 돈다"며 "업황은 어차피 돌고 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길고 깊은 '겨울'이 아니라면 업체 입장에서는 상하폭이 작은 사이클을 선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