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그린뉴딜, 두산엔 미래 아닌 현재입니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9.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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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10·끝> 두산그룹①

'미래가 아닌 현재.'

두산그룹의 수소사업을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수소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글로벌 선진국들도 나라의 운명을 건 수소사업 청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 수소로 제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두산그룹이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시작으로 수주고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두산은 수소사업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먼저 만들고 이를 산업계 전반과 공유한다.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 전략이다.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등 수소 사업 계열사 간 수소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하고 글로벌 수소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수소사업 강자들과도 협력을 넓힌다.



수소연료전지사업, 독보적 1위
정세균 국무총리,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0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서 두산퓨얼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정세균 국무총리,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0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서 두산퓨얼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사업에서 최근 3년 연속 신규 수주액 1조 원을 달성했다. 2023년에는 매출 1조5000억이 목표다. 두산 관계자는 "국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공급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두산이 보유한 연료전지 기술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수요에 대처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트라이젠'이 특히 주목받는다.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개발 중이다. 수소와 전기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복합 충전소, 온수 공급 및 지역 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수소연료전지발전은 간단히 보면 수소를 산소와 전기화학반응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대표적인 친환경 발전 방식이다. 두산이 한화 등과 손잡고 2018년 세계 최초로 초대형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가동했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영국 세레스파워(Ceres Power)와 함께 차세대 연료전지로 손꼽히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개발 중이다.

SOFC는 800℃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는 다른 연료전지 타입에 비해 전력 효율이 높다. 열을 제외하고 전력만 필요한 발전 환경에서 선호도가 높다. 두산퓨얼셀은 기존보다 약 200℃ 가량 낮은 620℃에서 작동하면서 전력 효율이 높고 기대수명이 개선된 SOFC를 개발할 계획이다.


두산은 또 ㈜두산 퓨얼셀파워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발전효율을 지닌 건물·주택용 10kW급 SOFC 개발을 완료했다. 2022년에 시장에 나온다. 기존 제품 대비 효율이 40% 이상 높다.

퓨얼셀파워는 2003년 출범 후 연료전지 핵심기술인 스택 및 개질기 설계, 제작에서부터 시스템 통합 자체 제작까지 전방위 기술을 확보했다. 그룹 차원의 SOFC 개발로 제품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제주선 그린수소, 창원선 블루수소..수소 영토확장
수소 활용 뿐 아니라 생산의 영역에서도 힘을 키운다. 두산중공업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창원 공장에 수소액화플랜트를 짓고 있다. 고효율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기술(CCUS)을 통해 블루수소(수소 추출 때 발생하는 탄소를 별도 포집·저장한 수소)를 생산한다.

한 단계 더 나간 꿈의 영역 그린수소 생산도 추진 중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수소다. 두산중공업은 풍력 발전을 이용해 제주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차세대 원전인 SMR(Small Modular Reactor)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도 검토중이다.

가스터빈 사업도 확대 일로다.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은 수소가스터빈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수소가스터빈은 수소만 사용하거나, 수소와 천연가스 혼합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위해 작년 5월부터 독자기술로 5MW급 수소가스터빈용 수소 전소 연소기 개발을 진행중이다. 또 한국기계연구원과는 300MW급 수소가스터빈용 수소 혼소 연소기를 개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메카텍을 통해서도 수소 기자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메카텍은 지난 2019년, 매립지, 발전소,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미국 리카본(ReCarbon)사에 지분을 투자해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사업 확장도 가속도

지난 16일 제주도를 출발해 마라도까지 마스크를 전달하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드론 'DS30'이 자동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지난 16일 제주도를 출발해 마라도까지 마스크를 전달하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드론 'DS30'이 자동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퓨얼셀은 이미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에 뛰어들면서 발전 분야에 국한됐던 사업 범위 확장에 나섰다. 2030년 3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그린수소 기자재 시장 선점을 위해 PEMFC 방식의 수전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 기술은 최근 국책과제로 선정돼 2023년까지 상용화 예정이다.

수소모빌리티 분야에선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뛰고 있다. 비행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소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에 들어갔다. 외딴 지역에 대한 응급 물품 배송, 가스배관 모니터링, 장시간 산림 감시 등 관제, 해상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제품의 성능을 입증했다.

DMI는 또 중국 소방로봇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로봇전문기업 중신중공업카이청인텔리전스와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소방용 수소로봇을 공동 개발한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수소시장 규모가 오는 2050년 12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미국 수소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두산은 미국 수소시장에서 두산퓨얼셀아메리카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수소 분야에서 제각각 사업을 진행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그룹 수소TFT(태스크포스팀)를 통해 보다 높은 비전이 제시되고 그룹의 수소역량을 결집시키는 시너지 전략이 나온다면 더욱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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