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가장 먼저 승인 결정을 내린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중국·싱가포르 등도 이 속속 두 회사의 합병을 허가했다.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심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산업재편의 문제인데 국내서 도와주는 이가 없다"며 공정위를 비판했다.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했다. 코로나19 확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EU의 심의연기가 반복됐다. EU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에 대한 과독점 우려도 제기했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측에 과독점 해소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문제는 해소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발주된 LNG선은 152만9421CGT였다.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3사의 수주량은 143만352CGT에 달한다. 압도적인 점유량이다. LNG선 건조능력을 보유한 조선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3사를 제외한 LNG선 건조회사는 중국의 후동중화조선 정도다.
신동원 전 인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3사와 후동중화조선의 LNG선 건조능력 격차가 크다"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LNG선 제작능력을 보유한 국내 3사는 해외수주에 강점을 보이는 데 반해 후동중화조선은 자국 내 발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유럽지역에 밀집한 까닭에 EU가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더욱 까다롭게 독과점 해소를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독점적 점유율을 확보한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선주들의 비용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지는 것도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했다. '무조건 합병' 결정을 내릴 경우 자국 기업 감싸기로 비춰질 수 있고, '조건부 합병' 결정을 내릴 때는 일부 사업영역의 매각 등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데 이 경우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상쇄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조선산업 재편이 진행되는 까닭에 공정위도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은 EU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과거 글로벌 조선 강자였던 일본은 한국에 자리를 내준 뒤 국내 조선업계를 향한 앙금이 자리했다는 게 신 전 교수의 진단이다. 심사가 진행되는 시기를 전후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경제보복 현상으로 이어짐에 따라 가장 늦게 심사해 부담감을 주려는 의도가 짙다는 업계의 해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U가 단칼에 불허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장시간 고심한다는 지점은 결국 승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면서 "선주들이 밀집한 유럽에서 두 회사 합병이 허가될 경우 잔여 심사국이 반대할 명분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어 합병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