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1일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에 숫자가 표시되고 있다. 2021.6.21/뉴스1
한전은 지난 6~8월 실적연료비를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준연료비(2019년 12월~2020년 11월 평균치)와 비교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가중치에 따라 상승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으나 코로나19(COVID-19) 백신 배포 이후 세계경제 회복으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 원료비가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LNG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8월 마지막주 아시아 LNG 스팟(SPOT, 현물) 가격은 1MMbtu(영국 열량단위) 당 19.9달러로 지난해 마지막주 14.6달러에 비해 36.3%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부족이 겹쳐 상승세가 가팔랐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전기요금을 한번도 올리지 못했다는 점도 인상 가능성을 높아지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제도를 도입한 후 1분기 전기요금을 1kWh 당 3원 내렸으나 그 이후에는 2분기 연속 동결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에는 맞지 않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 또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제도 도입취지가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연료비가 올랐음에도 요금이 올라가지 않으면, 정부가 요금을 결정하던 기존 제도와 실제 운용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결정 당시 "4분기에는 연료비 연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이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음을 고려하면 주주들로부터 피소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어느정도의 요금인상은 안정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며 "주주들이 소송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주주총회 등에서 강한 항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연료비 연동제 취지를 고려하면 올려야 하는게 맞지만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전기는 가정에서 최종 소비되는 것 외에도 기업 생산과정의 동력으로 쓰여 원가상승에 이은 추가 물가상승을 부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기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 등으로 내수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진단했다. 물가상승이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를 담당하는 기재부 입장에서 전기요금 상승을 용인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여부를 놓고 부처간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나 제도적 안정성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