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아니었어?…삼성·애플폰 사전유출, 이번엔 "경고" 정색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1.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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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폴드3)'와 갤럭시Z플립3(플립3)는 언팩 행사를 한달 앞두고 거의 모든 정보가 유출됐다. 제품 전면부터 후면, 측면 등 사실상 전체 모습이 완전히 공개된 셈이다. 애플의 아이폰13도 마찬가지다. 공개행사 전 흘러나왔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내년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정보까지 이미 떠도는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를 두고 "제조사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시각과 "의도치 않은 노출"이라는 시각이 맞선다. "득이냐 독이냐"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출시도 되기 전에 스마트폰 신제품 정보는 누가 어떻게 왜 유출하는 걸까.

제조사 "유출은 모르는 일"…업계 "유출 알아도 방치"
제조사들은 유출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의도치 않은 노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사전 정보를 흘리거나, 유출 행위를 방조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전 유출로 인해 제조사가 광고 효과를 얻기 때문에 유출을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전 유출은 소비자의 궁금증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감출수록 더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신제품의 전략적 유출을 통해 출시 전 시장 반응을 체크할 수도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기능이나 디자인은 수정의 여지도 생긴다. 혹 수정이 불가능하더라도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유출 정보는 주로 해외 IT전문매체, 전문블로거를 통해 공개된다. IT팁스터(정보제공자)로부터 받아쓰는 식이다. 팁스터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는 이동통신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는 망연동 테스트,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위해 신제품을 전 세계 이동통신사에 먼저 공개한다. 케이스 제조업체도 유출 경로중 하나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케이스가 나오려면 사전에 디자인 정보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출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이다. 애플은 비밀주의, 엄격한 정보통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예전부터 언론에 의도적으로 아이폰에 관한 정보를 흘리기로도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신비주의가 지금까지 시장에서 먹히는 이유를 '전략적 유출의 결과'라고 정의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사용 빈도가 높고 비싸며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교체도 잦아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제조사 간 혁신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유출은 마케팅 도구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13.애플 아이폰13.
핵심 기능 유출되자 제조사 골머리…마케팅 전략 차질 VS 광고 효과 무시 못해
유출 마케팅의 관건은 신제품의 일부를 출시 전까지 조금씩 보여주면서도 핵심 기능은 감추는 것이다. 신제품의 핵심 기능이나 사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공개일에 발표해야 파급력이 있어서다. 제조사들이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유출엔 관대하면서 핵심 기능에 대한 보안은 철저히 지켜왔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신제품의 핵심 기능이나 변화까지 모조리 유출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제조사들은 팁스터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애플은 아이폰13의 하드웨어 정보를 사전 유출한 중국인들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고, 삼성전자는 폴드3와 플립3의 랜더링 이미지 등을 유출한 유명 IT 팁스터들에게 경고문을 보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강경 대응에 대해 네티즌들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찬성 측은 제조사가 출시 일정에 맞춰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다. 유출 정보가 주가 조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고, 신제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부추겨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판매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전 유출이 오히려 삼성전자나 애플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최근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인데 팁스터들이 출시 2~3개월 전부터 유출을 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전 유출 자체로 제조사의 광고·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정보 유출의 수위가 높아지자 제조사들도 부담을 느끼고 제재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당분간 제조사와 정보유출자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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