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지구 맴돌며 냉동피자를" 500억짜리 3일 여행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9.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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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속 22배 속도로 사흘간 지구궤도 비행…
7월 베이조스·브랜슨은 '극미 중력' 체험

17일 스페이스X가 공개한 우주에서 찍은 관광객 사진. /사진=스페이스X 트위터17일 스페이스X가 공개한 우주에서 찍은 관광객 사진. /사진=스페이스X 트위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4명만이 탑승한 우주 관광선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어둠을 뚫고 날아올라 우주 관광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연간 30억달러(약3조5200억원) 규모의 우주 관광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 우주선에 탑승한 이들 여행객은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더 높은 곳에서 푸른 지구를 내려다보며 사흘 동안 지구 주위를 도는 여행을 하고 있다.



'인스퍼레이션4'로 명명된 이 민간 우주여행은 사흘 코스다. 탑승객은 1시간30분마다 한 번씩 지구를 돌게 된다.

스페이스X는 비행에 앞서 우주선에 커다란 돔형 창문을 달았다. 우주 관광 취지에 맞게 지구를 한눈에 조망하도록 개조한 것이다. 냉동 피자 등을 간식으로 챙겨간 민간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우쿨렐레 등을 연주하고 노래도 하겠다고 했다. 우주선은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에 착수(着水)하는 방식으로 지구로 귀환한다.



스페이스X는 내년 초에는 퇴역한 전직 우주비행사와 사업가 3명을 ISS로 실어나를 예정이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ISS 체험 관광을 하게 된다.

(케이프 커내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인 우주 관광단 4명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 발사되고 있다.  /AFP=뉴스1  (케이프 커내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인 우주 관광단 4명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 발사되고 있다. /AFP=뉴스1
30대 억만장자, 20대 의족 간호사 등 4명 탑승
스페이스X 우주선에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38)과 일반 시민 3명이 탑승했다.

앞서 미국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주인 아이잭먼은 스페이스X에 거액을 내고 우주선 네 좌석을 통째로 샀다. 아이잭먼이 스페이스X에 지불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나머지 탑승객 3명은 공개 경쟁과 추첨을 통해 선발됐는데, 세인트 주드 아동 연구 병원의 전문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29), 애리조나 전문대학 과학강사 시안 프록터(51), 록히드 마틴사의 데이터 기술자 크리스 셈브로스키(42)다.

아르세노는 이번 비행을 무사히 마치면 우주에 도달한 최연소 미국인이자 의족을 착용한 최초의 우주인이 된다. 아르세노는 10세 때 골종양을 앓아 다리를 잃었으나 의족을 하고 간호사의 꿈을 이룬 인물이다. 프록터는 NASA 우주비행사 모집에 세 차례나 지원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셈브로스키는 미 공군 출신의 이라크전 참전용사다.

/사진=스페이스X 트위터/사진=스페이스X 트위터
'우주여행 관광객'들은 6개월간 비행 훈련을 했다.

민간인이 탑승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발사 목적이 '관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주선을 직접 조종할 필요가 없다. 지상의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ISS 도킹이 아니라, 순수 관광이 목적인 까닭에 우주선에는 통상 장착되는 '도킹 해치' 대신 특수 전망 돔이 설치됐다.

베이조스·브랜슨보다 더 멀리, 더 오래
스페이스X가 이번에 도전하는 우주 관광은 지난 7월 각각 성공한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리처드 브랜슨의 우주여행과는 급이 다르다. 이들의 우주 관광은 불과 몇 분 동안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 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하는 저궤도 비행이었다.

브랜슨은 자신이 창업한 우주 기업 버진 갤럭틱 비행선을 타고 86㎞ 상공까지 날아갔다. 베이조스 역시 자신이 세운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로켓에 탑승해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돌파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첫 우주관광 시험비행에 나선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티티'를 타고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뒤 지구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첫 우주관광 시험비행에 나선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티티'를 타고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뒤 지구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밴혼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마친 뒤 텍사스주 밴혼에 귀환해 동승한 동생 마크, 82세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밴혼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마친 뒤 텍사스주 밴혼에 귀환해 동승한 동생 마크, 82세 월리 펑크,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스페이스X 우주선은 발사 10분 뒤 ISS보다 160㎞ 더 높은 575㎞ 궤도에 올랐다. 스페이스X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음속 22배인 시속 2만7359㎞ 속도로 사흘 동안 지구 궤도를 비행한다.

스페이스X는 이번에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진짜 우주 관광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우주 관광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고, 미 CNN은 "민간인들을 위한 새로운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전문 비행사가 동승하지 않고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첫 지구 일주 비행이라며 "우주 관광의 큰 진전"이라고 전했다.

아직 우주 관광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다. 최대 걸림돌은 비용이다. 이번 우주 관광 '티켓값'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이잭먼이 4인 비용으로 2억달러(약 2300억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 티켓 가격은 25만달러(약 2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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