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항소…"법원 추가판단 필요"(상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09.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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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금융감독원 전경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주요국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부실 판매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금융위원회와 긴밀한 협의와 금감원 내부검토,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법리적 측면에서 법원의 추가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동일한 쟁점의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이후 3년 간 금융기관에 새로 취업할 수 없다.

이에 손 회장은 윤석헌 전 금감원장을 상대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심 판결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감원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시장친화적 행보'를 예고한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에 따라 금감원이 항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금감원은 여러 차례 내부회의 등을 통해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항소심에서 법적 쟁점을 다퉈볼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가 금감원이 징계 이유로 들었던 5가지 중 1가지만 받아들이면서 패소한 것은 맞지만, 법원도 DLF 상품선정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실질적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법적 다툼의 여지가 남았다고 본 것이다.

또 같은 근거를 들이대 중징계를 내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점도 영향을 줬다.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함 부회장이 같은 쟁점으로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과 금융소비자단체 등의 항소 요구도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지난 14일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에 즉각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항소를 계기로 잘못된 금융회사들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감원의 항소 결정으로 금융권에선 제재의 불확실성과 제재 지연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CEO(최고경영자) 징계 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장 손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각각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또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은 라임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사전통보받고 금감원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금융위는 손 회장 소송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이번 항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또 한참이 걸릴 예정이어서 금융위로선 제재 일정을 더이상 미루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기존 금융당국 논리대로 제재를 이어간다면 제재 대상자들의 '불복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재 불확실성과 제재 지연에 따른 금융권 애로사항을 신중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검사 및 제재와 관련해서 법과 원칙에 따르고 사전적 감독을 통해서 위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사후적 제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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