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했던 SK이노의 배터리 분할…LG엔솔 덕분?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09.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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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110,000원 ▲1,600 +1.48%) 배터리사업부 분사는 LG화학 (381,500원 ▲9,500 +2.55%)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독립할 때보다 비교적 순탄했다는 평이 나온다. SK배터리(가칭)가 출범하는 데 있어 LG의 선례가 참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배터리 출범일은 내달 1일이다. SK배터리는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80.2%의 지지를 얻으며 분할이 확정됐다. 지분 8.0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졌으나 대세를 거스르진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분사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SK배터리를 출범시킨 연유는 동일하다. 물적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IPO를 통한 사업자금 확보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두 차례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가치 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점은 소액주주 반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을 위한 LG화학 임시주총 직전, LG화학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겪었다. 이들은 분할방식에 문제 삼으며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요구했다. 물적분할은 회사가 주식을 소유하게 되지만, 인적분할은 분할회사 주주들이 일정비율대로 새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형태다. 배터리사업의 잠재성을 보고 투자한 만큼 신설될 배터리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 나눠주라는 요구였다.



문제는 인적분할 시 사업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추가적인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경우 기존주주뿐 아니라 LG화학 지분도 낮아지게 된다. 자연히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신규 사업자금을 확보함에 있어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시 LG화학은 주주들에 IPO를 실시하더라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배터리사업의 실익이 기존주주들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며, 급변하는 배터리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물적분할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과적으로 LG의 홍역은 SK이노베이션에 득이 됐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전개양상과 자금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물적분할임을 투자자들이 인지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주주 친화 정책을 선보일 전망이다.


임시주총에서도 이 같은 의지는 엿보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임시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SK배터리가 더욱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IPO를 하더라도 주식을 많이 희석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임시주총에서는 자회사 분사 외에도 주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 안건도 통과됐다. SK이노베이션이 높은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주주 이익배당을 SK배터리 주식으로 수령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의 전례를 참고한 사례는 또 있다. IPO의 시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래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다. 잇따른 화재 논란과 리콜 소동을 겪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올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할지 여부를 10월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단시간 IPO를 추진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IPO를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자금조달 방안 중 하나로 IPO를 염두 중이지만 절절한 시기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다"면서 "효과적인 재원마련을 고민하고 회사와 주주들에 유리한 시점을 고민해 IPO를 결정 지어야지 급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이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기 때문에, 여러 경영적 판단과 다양한 시행착오들이 후발주자들의 참고지표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SK이노베이션 역시 분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후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LG의 선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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