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서울대 출신 정준하?"…농담이 학력 위조가 되는 순간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1.09.18 05:20
글자크기
/사진=MBC '놀면 뭐하니'/사진=MBC '놀면 뭐하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른바 '스카이(SKY)대학 출신'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서울대, 고대, 연대 등 입시 성적 최상위권의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부르는 말인데요. 채용은 물론 결혼 때도 스카이 출신을 실력과는 무관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지나친 학력 중시 풍조 때문에 만들어진 범죄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학력 위조인데요. 좋은 대학을 나온 게 이상한 힘을 발휘하니 은근슬쩍 출신대학을 속이는 겁니다. 때론 이런 학력 위조가 영화나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최근 한 TV예능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 정준하의 학력이 개그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4수생으로 알려진 정준하를 서울대 출신 연예인으로 지칭하며 놀린 건데요.



◇서울대 대학원 출신도 서울대 출신?

방송에서는 정준하의 최종 학력을 서울대학교 대학원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를 놓고 다른 동료 연예인들이 정준하를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라고 지칭합니다. 정준하는 이런 상황에 매우 난감해 하는데요.

실제 정준하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식품 및 외식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33기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영업자로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교육을 받은 건데요. 비학위과정으로 6개월 교육과정을 수료했다고 합니다.


특수대학원에서 개설한 일종의 사회교육과정을 이수한 건데요. 하지만 이런 교육과정 이수는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비학위 과정은 학위 인정이 되지 않는 말그대로 교육에 중점을 둔 과정입니다.

만일 이런 교육과정에 참여한 후 해당 학교를 졸업했다고 말한다면 학력 위조에 해당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준하가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엄밀히 따지면 학력 위조가 되는 상황입니다.

학력 위조의 경우 실제 처벌까지 이를 수 있는 행위입니다. 상황과 행위에 따라 적용되는 처벌 조항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공문서위조죄 또는 사문서위조죄 등이 적용됩니다.

◇학력 속인 남편과의 결혼

이혼소송에서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사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학력 위조입니다. 남편이 명문대 출신인지 알고 결혼했는데 사실은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내용이지만 실제 이혼소송에서도 이런 사연이 자주 나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사회는 학력을 매우 중시합니다. 결혼을 고려할 때도 학력이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가 되곤 하는데요. 이를 속이는 행위를 통해 결혼까지 골인한다면 배우자의 배신감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학력을 속이고 결혼한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혼인 취소 사유도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 배우자의 학력이 결혼 결정의 매우 중대한 요인이 된 경우입니다. 반대로 말해 그 학력이 아니었으면 배우자와의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학력 위조 자체가 결혼을 완전 무효로 돌리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학력을 속이려 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합니다. 위조된 졸업장을 보여주는 등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 혼인 취소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혼인 취소는 사기임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났다면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해야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