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역대 4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중에는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해 주택 관련 대출은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중의 절반 이상인 21조3000억원이 전세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2021.9.8/뉴스1
국민은행은 16일부터 DSR 40%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지역 DSR 적용 비율을 현행 100~120%에서 70%로 강화했다.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대한 DSR 비율도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조정했다. 지난 3일 변동금리(6개월 주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축소한 데 이어 추가로 0.15%포인트씩 금리를 더 낮추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6월 말 1.5%(전년 말 대비)로 은행업계 최저 수준이었으나 8월 말 3.6%까지 올라왔다. 풍선효과로 빠른 속도로 대출이 늘고 있어 현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 4.6%까지 치솟는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6%대 증가율을 맞추려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KB국민은행의 조치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규제 원칙에 최대한 부응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련 토론회에서 "긴축(돈줄죄기)의 체감을 가시화하는 방향으로 (금융회사) 창구를 관리하고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라며 "대출 절벽보다는 고통 분담의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돈줄을 완전히 틀어 막을 경우 실수요자와 취약층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대출 절벽'보다는 대출 한도를 낮춰 모든 차주들이 고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SR을 조정하라고 직접 권고한 건 아니지만 총량 관리 수준을 준수하려면 은행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만으로는 대출 수요 차단이 어려워 한도 축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는 도미노식 '풍선효과'로 앞으로 모든 유형의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협은행 부동산 대출이 막히자 KB국민은행으로 옮겨 온 것처럼 대출 수요가 또 다른 은행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들 사이에선 치열한 '눈치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대출 수요 차단을 위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풍선효과'로 총량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