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안 막으면 터진다"...어김없는 '풍선효과' 가계대출 눈치게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2021.09.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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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역대 4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중에는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해 주택 관련 대출은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중의 절반 이상인 21조3000억원이 전세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2021.9.8/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역대 4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중에는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해 주택 관련 대출은 4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중의 절반 이상인 21조3000억원이 전세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2021.9.8/뉴스1


"한 은행이 시작하면 '풍선효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 가계대출을 죄려면 결국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정으로 대응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연간 가계대출 관리 계획에 맞춰 가고 있었는데 풍선효과로 갑자기 변수가 생겨 대출 한도가 차고 있다. 억울한 부분도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5일 DSR 운용 기준을 강화해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 전세대출의 한도를 줄이는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발표하자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모든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한 것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한도 조정 역시 전 은행권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16일부터 DSR 40%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지역 DSR 적용 비율을 현행 100~120%에서 70%로 강화했다.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에 대한 DSR 비율도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조정했다. 지난 3일 변동금리(6개월 주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축소한 데 이어 추가로 0.15%포인트씩 금리를 더 낮추기도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른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 일부의 취급을 한시 중단한 이후 '풍선효과'가 발생하자 금리 인상에 더해 DSR 조정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투트랙' 대응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대출 수요가 옮겨오는 풍선효과로 이달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6월 말 1.5%(전년 말 대비)로 은행업계 최저 수준이었으나 8월 말 3.6%까지 올라왔다. 풍선효과로 빠른 속도로 대출이 늘고 있어 현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 4.6%까지 치솟는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6%대 증가율을 맞추려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안 막으면 터진다"...어김없는 '풍선효과' 가계대출 눈치게임
KB국민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DSR 적용 기준 강화로 주담대 차주의 대출 한도는 반토막 수준까지 줄어든다. 예컨대 5000만 원의 신용대출(금리 5%, 만기 7년)을 받은 연소득 5000만 원의 대출자가 금리 3%로 30년(360개월) 만기 주담대를 받는다면 이전엔 10억 원까지 빌릴 수 있었으나 지금은 대출 한도가 5억2400만원으로 떨어진다. 전세대출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만 DSR을 조였다.은행 전체 전세대출 잔액의 98%를 차지하는 실수요 전세대출의 경우 지금은 DSR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의 조치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규제 원칙에 최대한 부응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련 토론회에서 "긴축(돈줄죄기)의 체감을 가시화하는 방향으로 (금융회사) 창구를 관리하고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라며 "대출 절벽보다는 고통 분담의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돈줄을 완전히 틀어 막을 경우 실수요자와 취약층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대출 절벽'보다는 대출 한도를 낮춰 모든 차주들이 고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SR을 조정하라고 직접 권고한 건 아니지만 총량 관리 수준을 준수하려면 은행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만으로는 대출 수요 차단이 어려워 한도 축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는 도미노식 '풍선효과'로 앞으로 모든 유형의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협은행 부동산 대출이 막히자 KB국민은행으로 옮겨 온 것처럼 대출 수요가 또 다른 은행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들 사이에선 치열한 '눈치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대출 수요 차단을 위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풍선효과'로 총량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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