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삼성SDI 본사 /사진=삼성SDI
막대한 투자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분사 후 상장'을 통해 사업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들 두 회사와 경쟁관계인 삼성SDI도 유사한 행보를 걸을 것이란 관측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지난 15일 한 매체는 삼성SDI 경영진이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솔루션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부문과 전자재료부문으로 나뉜다. 소형배터리·중대형배터리(전기차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SDI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올 상반기 회사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졌다. 에너지솔루션부문이 홀로서기에 나서도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전자재료부문이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SDI 에너지솔루션부문이 홀로서게 될 경우, 이는 전자재료부문을 매각하고 삼성SDI가 에너지솔루션부문만을 영위한다는 의미지 분사의 개념은 아닐 것이다"면서 "삼성 핵심 계열사가 삼성전자인만큼 전자재료부문을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배터리사업 분사 후 IPO를 통한 자금확보가 가능한 것도 아닌 까닭에 삼성 내 다른 계열사 매각할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고 논했다.
IPO를 활용한 자금확보에 나설 수 있던 LG·SK와 달리 삼성SDI는 이들과 다른 환경이었다. 석유화학이 주력인 LG화학은 회사 내부에서 배터리사업을 육성했으며, SK그룹 에너지사업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배터리를 낙점하고 이를 지원했다. SK배터리 이전에도 SK아이이테놀로지 등을 분사하는 등 인큐베이팅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반면 삼성SDI는 소형전지 시장에서부터 강자로 군림해 온 전통적인 배터리업체다. 2000년대 소형전지 세계 1위를 기록한 삼성SDI는 디스플레이부문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양하고, 2016년 케미칼사업부를 롯데에 매각하면서 배터리기업이란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 배터리가 영위하던 사업 중 하나였던 LG화학·SK이노베이션과 달리 애초부터 삼성SDI 자체가 배터리기업인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회사의 몸통이 사실상 배터리사업인데 분사는 가당치도 않다"면서 "논의 자체가 이뤄진 바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