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리모델링 단지 임대주택 매입 검토…내달 결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1.09.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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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와 조합설립 창립 총회를 앞둔 강촌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지난달 5일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와 조합설립 창립 총회를 앞둔 강촌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가 용적률 상향으로 세대 수를 늘린 리모델링 단지에도 재건축 단지처럼 장기전세 등 임대주택을 추가하거나 지역 주민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유 커뮤니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최근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인허가 심의 문턱이 낮은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10~11월 주민공람 예정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방안이 오는 10~11월 중 주민공람 및 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진행한다. 현재 기본계획 관련 용역 마무리 단계에 최종 보고를 앞두고 있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렵고, 새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져 시내 준공 20년차 구축 단지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 안전진단 B등급 이상 건축물이 대상으로 준공 30년 이상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보다 사업 추진이 수월하다. 이에 1990년대 지어진 용적률 200%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56개 단지, 3만4873호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약 4만호의 주택이 공급될 전망이다. 기존 주택보다 5200여 호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후에도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시내에 약 235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리모델링 단지에도 사실상 기부채납 형태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건축기준 완화로 재건축과 유사한 수준으로 용적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세대 수 증가형 리모델링 단지 사업 계획을 분석한 결과 기존 단지와 비교해 평균 약 15%의 세대가 증가했고, 용적률은 평균 1.4배 증가했다.

현행 안전기준상 수직증축은 어렵지만 기존 건물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주거전용 면적을 30~40% 넓힐 수 있고, 별동 신축으로 가구 수도 늘릴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 신축 아파트처럼 건물과 직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때문에 리모델링 단지도 준공 이후 외관과 내부 시설은 재건축 단지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 않고, 임대주택을 의무로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리모델링 단지에도 공공성 확보 방안을 새로 만드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적정 공공기여 기준이 관건…사업 규모에 따라 영향 달라질 듯
이번 정책에 대해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조치가 결과적으로 사업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단지에 임대주택 건립을 의무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단지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리모델링 이후 시세 상승과 주거 편의성을 고려해도 공공기여를 지나치게 요구하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지가 우수하고,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현재까지 세대 수 증가 리모델링으로 일반분양을 한 단지가 없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근 시장에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공공기여를 전제로 서울시가 신속한 사업 추진을 보장하면 규모가 있는 단지들은 오히려 준공을 앞당기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 사업장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동안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 2강 체제였던 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꾸려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냈다. 양사가 리모델링을 공동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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