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피아니스트가 독주회에서 연주하는 모습/사진=스튜이오 클랑 제공
박 피아니스트는 "배우고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을 무대 위에서 녹여내는 과정, 그래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오는 10월 22~24일 3일 간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 미술가 이연경씨와 함께 '몸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이란 제목의 다원예술 공연 무대를 선보인다.
- 본인 소개 부탁한다▶'콘서트 피아니스트'다. 한국과 독일에서 공부했다, 현재도 두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는 중이다. 학력은 한국에서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유럽지역에서 머무르며 연주활동을 하다 작년 귀국독주회를 시작으로,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튜디오 클랑의 대표를 맡고 있고 한국공연예술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희정 피아니스트가 대표로 있는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 클랑./사진=머니투데이<더리더>
- 독일로 유학을 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국내에서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전부 미국에서 공부했다.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슈만의 곡을 연주하려다보니 독일어 표현이 있어서 영어로 먼저 번역하고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도저히 해석을 할 수 없었다. 문득 ‘나는 여태까지 어떤 감정으로, 무슨 연주를 했던 것일까’ 싶었다. 그러다 피아노 음악의 근원을 생각해보니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독일어 문화권 출신이었다. 독일 문화를 이해해야겠다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
▲박희정 피아니스트./사진=머니투데이<더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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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라는 것은 무대가 꼭 필요한 장르다.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배운 것 등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클래식 음악을 솔로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력하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것, 그것을 통해 행복과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저의 예술 활동의 원동력이다. 스스로 무대 위에 있는 사람, 곧 '콘서트 피아니스트'라 여기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린 박희정 피아니스트 독주회 포스터
독일에서 학업을 마치고 음악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찾아뵐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연주회를 준비할 때 선생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서 프로그램이 쇼팽으로 채워졌던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선생님은 생각보다 쇼팽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폴란드 적 어감이 섞인 독일어에서 묻어났던 분위기랄까. 선생님 그 자체가 가지고 계셨던 에너지, 함께한 시간이 결국 쇼팽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쇼팽이 썼던 춤곡 중 마주르카와 폴로네이즈 장르가 있다. 선생님이 짧게 직접 춤을 춰주셨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말이 아닌 짧은 시간의 몸의 언어였지만 직접 보여주셨던 그 몸짓을 보며 순간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가끔 무대 위에서 연주하면 이러한 재미있는 추억이 생각나서 웃음을 참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진=머니투데이<더리더>
이를테면 이번 롯데 신진 연주자 시리즈에서는 '물'로부터 느끼는 영감을 위해 쇼팽의 곡들이 연주되는 내내 물방울이 퍼져나가는 영상을 무대 뒤에 설치했다. 연주가 끝난 후 당분간 물에 관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는데, 쉬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이번엔 물을 주제로 했으니까 다음엔 '불'을 주제로 해볼까?’, ‘고대의 사상가들이 '물과 불 외에 세상을 이루는 원소를 무엇이라고 했었나?’. 이렇게 생각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의식의 흐름이 이어지다보니 물에서 시작된 생각이 어느새 우주에 가 있다. 가끔은 화학원소에 닿았다가, 어느새 몸으로 가있기도 하다. 이렇게 연상을 거듭하다보면 '이상하지만 재미있고 특이한 사람'으로서의 저를 발견하는 것 같다.
▲독일 최고연주자과정 졸업연주회 직 후 교수 안제이 라투진스키(오른쪽)와 함께 기념촬영하는 박희정 피아니스트./사진=스튜디오 클랑 제공
스튜디오 클랑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시도하고 만드는 콘텐츠 랩과 같은 단체다. 연주자가 클래식 장르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 미술가, 무용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클래식 음악이 가진 장르적 한계를 돌파해 새로운 무대와 기회를 만드는 단체로 성장하는 것이 클랑의 목표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 장르를 빼고는 어떤 것도 논할 수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포스코 1% 나눔재단의 영상작업은 클랑이 가고자 하는 길과 아주 잘 맞는 협업의 기회였다.
- 그밖에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오는 10월 22일부터 24일, 사흘 간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 미술가 이연경과 함께 '몸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다원예술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전의 '물'의 작업과 이어지는 것인데, 평소 사랑하는 현대미술 이연경 작가의 작품을 보고 '생명'에 관한 작업을 함께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제안했다. 몸에 관한 이야기가 바나나로 흘러가거나 물에 관한 이야기가 우주 화성에 가는 등 두 예술가의 상상력을 모았다. 여기에 이런 상상력을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무대 위로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김탁현 작가까지 함께하면서 저희의 공연이 설치미술, 연주 및 무용 퍼포먼스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시발점이 될 것 같다.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그러나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연주자들이 현대사회에 맞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짧아진 콘텐츠의 길이, 다양한 장르의 등장, 코로나로 인한 공연장 문화의 변화 등으로 연주자들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걷고 있지만, 그 덕분에 클래식이라는 장르, 공연, 대중성의 본질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현 시대의 피아니스트는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니즈를 채워주면서도 역사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도록 그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하는 고증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연주회 모습./사진=스튜디오 클랑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박희정 피아니스트 독주회 공연을 마치고 김창준 전 미연방의원, 안민석 국회의원, 김창준아카데미 원우들이 단체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스튜디오 클랑
▶세상은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가치가 없어도 사랑을 받는 것들이 있고, 가치가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가치가 있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에 더 애정이 생긴다. 좋고 선한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그 가치에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이 좀 더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찬 곳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악기, 좋은 예술가, 좋은 사람들이 좀 더 인정받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이야기한 음악과 예술은 사실 읽는 사람의 주 관심사와는 조금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마 예술은 우리가 먹고 사는 현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예술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 중 하나이지 않는가. 하지만 삶을 이루는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부모가 되고 아이가 성장하는 인생의 굴레 속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와 사랑이다.
이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깊게 통찰하고 그 결과물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혹시 삶이 불만족스럽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주변 세상이나 경제 상황보다는, 우리 삶을 아우르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자신 안에 건강하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잘 들여다보기 바란다. 잘 모르겠다면 가끔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 예원학교 졸업
-서울 예술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석사 및 박사(최고연주자과정 졸업)
- 국제 콩쿠르 Ischia piano international competition 솔로및 두오 2, 3위, 수리콩쿠르 1위
- 스튜디오 클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