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왜 사, 미쳤다" 들었지만…넥쏘 '13만㎞' 달린 그가 꼽은 최장점은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9.1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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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정응재씨(39)가 자신의 '넥쏘'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정응재씨(39)가 자신의 '넥쏘'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수소차를 왜 사, 미친거 아니야?"

2018년 경기도 과천시에 사는 정응재씨(39)가 현대차 첫 승용 수소전기차(FCEV) 넥쏘를 구매하겠다고 하자 주변 지인들이 보였던 반응이다. 당시엔 수소차는 물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라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정씨는 "처음 넥쏘를 사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백이면 백 전부 구입을 말렸다"면서 "'왜 비싼 돈 들여가면서 고생을 사서 하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답했다.



정씨는 국내 '1세대 수소차' 오너다. 3년 전 수소차 구입보조금이 나오지도 않았던 시절, 약 7300만원에 넥쏘를 구입했다. 기존엔 매우 기초적인 단계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였던 '아이오닉'을 탔었다. 그 이전엔 '아이오닉' 전기차를 탔다.

수소차 넥쏘, 테슬라보다 빨리 충전되고 더 멀리간다…5분이면 '완충'
정응재씨(39)의 수소전기차 넥쏘/사진=이강준 기자정응재씨(39)의 수소전기차 넥쏘/사진=이강준 기자


지인들 사이에서도 '얼리어답터'로 통하는 정씨는 전기차, PHEV를 누구보다 먼저 타고 다니기 시작했지만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지금보다 충전시설은 더 부족했고 힘들게 찾아가도 망가진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10여분이면 '완충'된다는 수소차 광고를 보게됐다. 도로에서 보기 힘든 차이면서도 전기차만큼 조용한 승차감을 원했던 정씨는 바로 현대차 매장을 찾아가 '넥쏘'를 구입했다.

정씨는 "세컨카로 생각해 넥쏘를 샀지만, 이제는 매일 타고 다니는 데일리카가 됐다"며 "이젠 더 이상 내연기관차는 못탄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확인했던 정씨의 넥쏘 누적 주행거리는 13만1459㎞였다.


14일 오전 11시 기준 정응재씨(39)의 수소차 넥쏘 누적 주행거리. 13만km를 훌쩍 넘었다./사진=이강준 기자14일 오전 11시 기준 정응재씨(39)의 수소차 넥쏘 누적 주행거리. 13만km를 훌쩍 넘었다./사진=이강준 기자
정씨가 꼽는 순수 배터리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만의 최고 장점은 '빠른 충전 속도'다. 현대차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는 배터리잔량·주변 온도 등 다양한 조건이 맞춰졌을 경우 350kW급 초고속 충전으로 18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지만, 수소차는 웬만해서 5분이면 완충된다.

긴 주행가능거리도 장점이다. 정씨는 대학 입시 교육 컨설턴트로 업무상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일이 잦다. 정씨의 넥쏘는 완충할 경우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609㎞에 달한다. 실제 거리는 700㎞ 중반대에 달해 긴 주행가능 거리와 빠른 충전속도가 장점으로 꼽히는 테슬라보다 훨씬 앞선 수준이다.

수소차, 살 이유는 많지만…국내서 살 수 있는 차가 '넥쏘' 뿐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서 정응재씨(39)가 넥쏘를 운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서 정응재씨(39)가 넥쏘를 운전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심지어 겨울철 히터를 강하게 틀고 시속 120㎞ 이상 속도를 내면서, 전비주행을 하지 않아도 주행거리가 넉넉하다는 게 정씨 주장이다. 전기차는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급감한다. 정씨는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해도 주행가능 거리가 100여㎞ 이상 남는다"며 "주행거리 때문에 마음을 졸였던 적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와 동일하게 엔진이 없기 때문에 '정숙한' 승차감과 더불어 유지 비용이 적게드는 것도 강점이다. 브레이크패드, 엔진 오일 등을 정기적으로 교환해줄 필요가 없으며 최대 5만원이면 완충할 수 있다. 정씨는 "13만㎞ 넘게 타면서 차를 따로 수리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차량을 관리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씨는 '수소차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의 아내 역시 1만3000㎞ 넘게 주행한 '넥쏘 오너'다. 정씨는 아예 한 포털사이트에서 넥쏘 동호회 카페를 운영할 정도다. 그는 "보조금도 매우 넉넉하고, 인프라도 점차 확충되고 있어 지금이 '수소차 구입 적기'"라며 "전기차를 사면 내년에야 받을 수 있는데 당장 차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미라이 2세대미라이 2세대
그러나 정씨도 인정할만한 단점들도 여럿 있었다. 우선 다양한 모델이 쏟아져 나오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국내의 경우 현대차 넥쏘가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 출시된 토요타의 2세대 수소차 '미라이'는 한국엔 출시하지 않았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관리가 미흡한 수소충전소도 많다. 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충전소는 승용차 6대를 연달아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압력 재충전시간이 빠르지만, 아예 고장난 곳도 다수 있다. 정씨는 "이런 악성 충전소들 때문에 수소차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테슬라의 다양한 전기차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여러 모델의 수소차를 출시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수소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충전소 확충·다양한 차종 출시 등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분야부터 투자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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