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레알에 다니는 게 더 이상 자랑스럽지 않아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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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 립스틱 이미지/사진=랑콤 랑콤 립스틱 이미지/사진=랑콤


랑콤, 샤넬, 시세이도 등 굴지의 글로벌 명품화장품 직원들이 추석 연휴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1층에서 만난 로레알코리아와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화려한 메이크업에 단정한 모습 대신 일제히 파업티셔츠를 맞춰 입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번 파업은 로레알코리아 설립 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샤넬코리아와 한국시세이도도 본격 파업은 이번이 최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최악으로 악화된 노동환경과 줄어든 임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참다 못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백화점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도로 악화됐다. 오프라인 백화점의 내점객이 급감하면서 백화점 매출이 줄자 외국계 화장품 본사 측이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돌렸고 온라인과 경쟁에 직면한 백화점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사지로 몰렸다. 온라인 15% 할인에 대용량 샘플을 증정하거나 1+1 이벤트가 수시로 열리자 오프라인은 온라인을 당해낼 수 없게 돼서다.

코로나19를 이유로 1인 근무를 권장하면서 노동강도는 훨씬 높아졌다. 로레알코리아 소속 한 직원은 "화장실에 다녀올 시간은 보장되지 않는다. 옆 매장 다른 브랜드의 직원과 친해져서 매장을 잠깐 부탁하고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대해줄 직원이 없으면 식사도 거를 수밖에 없다. 그는 "매장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창고 안에서 잠깐 빵을 먹거나 아니면 점심을 거른다"고 말한다.
[기자수첩]"로레알에 다니는 게 더 이상 자랑스럽지 않아요."
열악한 노동환경과 높아진 노동강도보다 더 힘든 건 줄어든 임금이다. 백화점 내점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반토막나자 월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센티브가 실종된 것이다.



로레알과 샤넬, 시세이도는 굴지의 '글로벌 명품화장품' 기업이다. 그들은 한국 직원들에게 명품화장품 브랜드에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복장, 화사한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대변되는 감정 노동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대가로 지급한 임금과 복지는 글로벌 명품답지 못했다. 로레알의 랑콤에서 판매하는 에센스 하나가 15만7000원이다. 하지만 로레알코리아 사측은 협상에서 온라인 기여 수당으로 월급에 1만5000원을 더해 주겠다고 제시했다. 크림은 58만원, 에센스는 15만원에 판매하는 명품화장품의 '민낯'은 1만5000원짜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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