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엔젠시스', 허가 신청은 미뤄지는데..."지연은 아냐"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9.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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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엔젠시스', 허가 신청은 미뤄지는데..."지연은 아냐"


헬릭스미스 (4,410원 ▼15 -0.34%)가 개발하고 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한 지 2년이 흘렀다. 당시 회사는 임상시험에 재도전해 202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말로 주주들을 달랬으나 품목허가 신청은 회사가 약속했던 시기보다 이미 1년 가량 미뤄졌다.

임상시험이 예상보다 진척이 없자 회사는 목표 시점을 2022년으로 못박은 상태임에도 판매허가, 임상 3-2상 완료 등 기준이 되는 이벤트를 바꿔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정 지연은 아니다"라고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유승신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는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2상이 진행중이며 내년 완료될 예정"이라며 "3-3상 완료 후 FDA에 허가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으로 공언했던 품목허가 신청을 1년 뒤로 미룬 것이다.

엔젠시스는 이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다.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헬릭스미스는 2019년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같은 해 임상 3상에 실패했다.



헬릭스미스는 주가를 의식해 엔젠시스의 임상 3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엔젠시스가 앞서 임상 3상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결과를 뒤집기 위해 미국에서 2개의 임상을 성공시켜야 한다. 회사는 기존에 실패한 3상은 3-1상으로 부르고 재개할 임상은 3-2상과 3-3상으로 나눴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는 2019년 엔젠시스 임상 3상 결과 발표 당시 2022년을 엔젠시스 품목허가 신청 타임라인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2019년 9월24일 기업설명회에서 "2022년 하반기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틀 후 9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2022년까지 적어도 3개 질환으로 엔젠시스의 판매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2주 후 가진 기업설명회에서는 돌연 시점을 앞당겼다. 그는 3-1상과 독립적으로 실시한 3-1B상에서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됐다면서 "2019년 내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하겠다"며 "2021년 하반기에 판매허가 신청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 후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당시 김 대표가 공언했던 2022년 품목허가 신청은 요원해보인다. 헬릭스미스는 3-2상과 3-3상을 150~200명 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투약 후 6개월간 추적 관찰하기 때문에 임상 진행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이후 데이터 분석을 거쳐 품목허가를 신청하려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헬릭스미스가 2019년 발표 이후 FDA에 임상 3-2상 계획을 제출하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3-2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제출후 3개월이 지난 2020년 6월이다. 3-2상은 지난 7월 기준 참여자가 43명이다. 전체 모집 규모(152명)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상태라 회사는 연내 참여자 모집을 완료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임상 3-3상은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김 대표는 올 3월31일 주주간담회에서 2022년을 타임라인으로 품목허가 대신 임상 3-2상 완료를 꺼냈다. 그는 "2022년 상반기 3-2상이 종료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에는 유 대표가 미디어데이에서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2상이 진행중이며 내년 완료될 예정"이라며 기준 시점을 뭉뚱그렸다. 이날 언급한 계획대로 내년에 3-2상을 마치고 2023년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2019년 발표보다는 1년 가량 늦어진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일정이 지연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임상 일정 지연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헬릭스미스가 사업 다각화 계획을 밝히면서 본래 주사업인 엔젠시스 임상 3상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회사는 2023년부터 100억 매출을 목표로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4월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큐비앤'(cubyN)도 판로를 넓혀 올해 매출 30억원 달성이 목표다.

한편, 헬릭스미스가 일정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는 2019년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미뤘다. 이후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실패 원인으로 의료기관 내 관리 소홀로 인한 시험 약물과 위약(가짜약)의 혼용을 꼽았다. 혼용 원인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이 발표일도 당초 일정보다 한 달 가량을 연기했고 조사 결과 혼용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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