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美 '체조 여왕' 바일스…"FBI가 성폭행범 1년 이상 방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9.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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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체조대표팀 전 주치의 성폭행 사건 관련 청문회

미국 국가대표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 증언대에서 증언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AFP미국 국가대표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 증언대에서 증언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AFP


"이들은 아동 성폭행범이 1년 이상 자유롭게 다니도록 허용했고, 이같은 무관심은 그의 성폭행과 학대가 계속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 증언대에 섰다. 체조선수들에 대한 상습 성폭행으로 장기 복역 중인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팀닥터) 래리 나사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수사의 문제점을 증언하기 위해서다.



바일스는 맥카일라 마로니, 알리 레이즈먼, 매기 니콜스 등 다른 3명의 여자 체조선수들과 함께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으며 청문회는 CNN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이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행 정황을 밝혔고 자신들의 증언을 묵살한 FBI와 미국 체조협회, 미국 올림픽조직위원회를 규탄했다.

나사르는 330명이 넘는 체조선수에 대한 상습적인 성폭행으로 징역 36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그가 복역하고 있음에도 청문회가 열린 것은 FBI가 이 사건을 조기에 알고도 방치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일스는 울먹이며 "FBI가 우리 문제에 눈을 감고 보호해주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포식자가 아이들을 해치게 둔다면, 닥쳐올 결과는 심각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해져야 한다. 당할 만큼 당했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로니는 당시 FBI 수사관에게 진술한 성추행 내용을 세밀하게 언급하며 "FBI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나사르의 성추행이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FBI가 보고서를 책상 서랍에 묻을 것이었다면, 성추행 조사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며 규탄했다.

 왼쪽부터 알리 레이즈먼, 시몬 바일스, 맥카일라 마로니, 매기 니콜스. 이들 미국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에 대한 FBI 수사를 규탄했다./사진=AFP  왼쪽부터 알리 레이즈먼, 시몬 바일스, 맥카일라 마로니, 매기 니콜스. 이들 미국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에 대한 FBI 수사를 규탄했다./사진=AFP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앨리 레이즈먼은 나사르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왜곡됐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FBI가 나사르의 유죄 협상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관은 내가 당한 추행의 심각성을 깎아내렸다. 내가 당한 일이 계속 수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지난 7월 법무부가 공개한 수사 기록에 따르면 나사르에 대한 첫 조사는 2015년 7월 이뤄졌지만, 몇몇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절차가 몇 달간 미뤄졌다. 연방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나사르의 추가 범죄가 이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수사 당국을 규탄했다. 마샤 블랙번(공화·테네시) 의원은 "이 어린 체조선수들의 기소에 눈을 감은 모든 관계자는 나사르 범죄의 공모자"라며 "이들 모두가 괴물로 간주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블루멘설(민주·코네티컷) 의원은 "FBI는 어떤 공식 설명도 없이 잘못된 발표를 하고 기만적 누락을 저질렀다"며 "FBI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 일어난 일들을 은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크리스 레이 FBI 국장은 "FBI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실패했는지 알게 됐을 때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 개인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핵심 의무를 저버렸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CNN은 "FBI 전체를 성찰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핵심 의무를 배반한 개인(수사관)의 문제로 치부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바일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4, 동1개 메달을 휩쓸은 이래 세계 체조계를 호령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체조 선수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기계체조 6관왕에 도전했는데, 단체전 결선에 출전했다가 컨디션 난조로 첫 종목 도마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뒤 나머지 3개 종목을 기권했다. 그는 기권 선언에 대해 '정신적인 중압감'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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