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배터리 10월1일 독립···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쐈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9.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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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배터리 10월1일 독립···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쐈다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1일 정식으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게 된다. 지난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시킨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분사시키고 해당 사업 집중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80.2% 찬성으로 분할안 '통과'···김준 총괄사장 "글로벌 경쟁서 확실한 우위 확보 위한 필수 결정"
16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안건이 의결권 있는 참석 주식수(위임장 포함)의 80.2%(주)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이날 출석주주 보유주식 비중은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74.57%(6233만1624주)로 집계됐다. 회사 분할은 특별 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이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로써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이하 SK배터리)은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아울러 이날 석유개발(E&P) 사업 물적분할안도 함께 통과됐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8.05%)이 물적분할안에 '반대'를 행사했지만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물적분할을 통한 신성장사업 육성의 필요성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 올 해 상반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지분구조는 SK이노베이션 33.40%, 소액주주 27.48% 외국인·기관 24.05% 국민연금 8.05% 순이었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날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더욱 높여,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라며, "회사 분할을 시발점으로 각 사에 특화된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중·일 투자경쟁 가속···분할목적은 "적기투자 통한 성장"
앞서 SK이노베이션 측은 시장에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은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조달 방안을 실행키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분할의 목적이 시장에 적기 대응을 위한 빠르고 효율적인 투자재원 확보란 점이 명확한 이상,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단 판단이다.

SK배터리는 분할 후 2차전지, E-모빌리티,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전문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필요자금 규모는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이라 밝혔었다. 시설투자에만 연평균 3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생산능력 확장을 통한 시장 조기 대응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외형과 수익성 모두 빠르게 증대시킬 예정이다.

실제 몇 가지 수치들만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은 시간문제다. 우선 미래 담보된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수주 잔고가 현재 1테라와트시(TWh) 이상으로 이를 금액 환산시 130조원 상당이다.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3위 규모다.

배터리 매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두 배 수준인 최소 3조원 이상, 2025년에는 15~20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2022년 중 배터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 달성, 2023년에는 한 자릿 수 중반, 2025년에는 한 자릿 수 후반대 영업이익률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2022년이면 헝가리 2공장 및 미국 1공장 상업가동이 개시돼 순차적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이번 분사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기회를 모색중이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본격 뛰어들 뿐 아니라 플라잉카, 로봇 등 새 배터리 적용 시장도 확장한다.

배터리 톱3 향한 대장정 본격 시작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할 후 공격적인 투자와 양산을 통해 글로벌 3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지각변동의 조짐은 보인다.

올 1~7월 누적 기준 전세계 각국 차량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 점유율 순위에서 처음 5위로 올라섰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8% 늘어난 7.4GWh(기가와트아워)로 점유율이 5.4%였다. 중국 BYD(10.0GWh·4위)와 일본 파나소닉(19.6GWh·3위) 등이 앞 순위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주잔고 기준으로는 1테라와트 이상이기 때문에 이미 톱3 반열에 올랐다. 생산능력은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 구축하는게 목표다. 500GWh는 전기차 약 750만대분에 해당한다.

앞서 LG화학도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 본격 육성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대 전성기를 눈앞에 두고 글로벌 유수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장은 앞다퉈 이뤄지는 중이다.

중국 내수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점유율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은 현재 건설중인 생산능력이 92.5GWh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강국 독일에 첫 해외공장을 짓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 움직임을 가속화한다. 최근 약 10조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히는 등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투자에 소극적이라 알려진 일본에서도 최근 도요타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생산에 2030년까지 약 1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경쟁에 본격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배터리의 상장(IPO)은 약 1년간 자금조달 방법의 우선순위에 들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일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동사의 배터리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우선순위는 영업현금흐름(OCF), 합작사(파트너사 펀딩 및 미국 지역 인센티브), 차입, IPO 순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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