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VC설립 1호 노리는 LG, 벤처투자 시동 못 거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1.09.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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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VC설립 1호 노리는 LG, 벤처투자 시동 못 거는 이유


LG그룹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 대기업 '1호'로 예상되는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에도 대기업들의 CVC설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대기업 지주회사에 CVC보유를 위한 길을 열어줬음에도 혹시 모를 부작용을 막겠다며 각종 '단서조항'을 달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홍범식 경영전략팀장(사장)을 필두로 CVC설립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30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과 출범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로 그간 대기업 지주사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따라 CVC를 세울 수 없었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 욕구는 높은 탓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해외법인 형태나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계열사 형태로 CVC를 운영해왔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혁신과 도전을 강조하며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늘려왔다. 같은 해 해외법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3년동안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바이오 등 33곳(외부 공개건 기준)에 투자했다.



삼성(삼성벤처투자)과 롯데(롯데액셀러레이터), CJ(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지주사 역차별 논란에 더해 국내 대기업의 투자금이 해외로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로 국내에서도 대기업 지주사 CVC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금산분리 원칙 훼손과 재벌 사익편취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단서조항이 많은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대기업 지주회사는 지분 100%의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설립할 수 있다. 외부자금 차입 역시 자기자본의 200% 내외로 제한된다. 펀드 조성시 총수 일가와 금융 계열 회사 출자는 불가능하고 해외투자는 CVC 총 자산의 20%로 제한된다. 계열회사와 대기업 집단 투자 역시 불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매년 투자기업과 자산 매각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형사처벌 조항도 추가됐다. 조항을 어길시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재계에선 CVC 설립 운영의 자율성을 보다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해외의 경우 일반지주회사의 CVC설립시 방식과 펀드조성에 규제가 없고, 각 기업이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CVC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며 CVC설립과 운용에 제한을 둔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기업투자 유도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CVC설립은 LG가 순수지주회사에서 투자형지주회사로 본격 변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VC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와는 다르고도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CVC는 기업 살림 운영 차원에서 투자 이익을 꾀하는 수준이 아니라 리스크를 무릅쓰고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VC는 대기업이 신생벤처기업에 컨설팅과 교육 등까지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개념"이라며 "대기업과 신생벤처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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