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에이치엘비 불공정거래 특정못해...검찰고발 아닌 통보로 마무리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09.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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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항암 신약 개발기업 에이치엘비 (106,700원 ▲400 +0.38%)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금융당국의 제재안(검찰 고발)보다 낮은 검찰 통보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개월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심의가 진행되고, 수차례 결정이 유보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공정거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전날 오전부터 정례회의를 열어 에이치엘비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논의한 결과 '검찰 통보'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걸쳐 증선위에 회부된지 약 10개월만의 결정이다.



증선위는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검찰고발 또는 통보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검찰통보는 검찰의 수사가 강제되지 않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해당 내용도 공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019년 9월 에이치엘비가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시험 결과와 관련한 발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에이치엘비가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위암 3·4차 치료제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감원은 회사와 FDA가 진행한 신약허가를 위한 사전 미팅(Pre NDA meeting)에서 실패(Fail)라는 단어가 언급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이 사전 미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전 미팅은 신약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과 허가 신청을 준비하는 기업이 FDA와 의견을 조율하는 사실상의 컨설팅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미팅에서 임상 결과의 중요한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와 무진행생존기간(PFS) 중 OS가 부족하게 나왔음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실패(Fail)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이며, 이는 데이터 분석 초기인 2019년 6월 27일에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공식 발표한 내용과 일치 한다는 것이다.


FDA 미팅 회의록 말미에는 회사가 NDA 신청을 위해 보완할 자료목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NDA를 위해 준비할 보완서류를 FDA가 적시한 것이다. 금감원 말대로 신약 허가가 안날 것이라면 FDA가 NDA를 위한 보완서류를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에이치엘비는 주장했다.

이번 증선위의 결론은 에이치엘비의 소명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금감원은 검찰 고발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건의했지만, 결과적으로 고발보다 수위가 낮은 통보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는 증선위 심의 기간 중에도 FDA가 요구한 보완자료 확보를 위해 중국 항서 제약을 찾는 등 신약 허가 신청 작업에 주력했다. 진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지난 7월 3주간의 격리를 감수하고 중국을 찾아 항서제약의 회장과 주요 임원진과 미팅을 했다.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의 중국 판권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리보세라닙으로만 1조5000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리보세라닙이 한국과 이스라엘 식약처로부터 말기 위암 환자를 위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효능을 입증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약효와 부작용이 입증될 경우에만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진양곤 회장이 금감원이 문제 삼았던 주가 폭등 기간 중에 주식을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던 점도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이번 증선위의 결과로 에이치엘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통보 사건의 경우 정식 사건으로 처리 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은 지금도 전 세계 각지에서 효능을 입증하는 수백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지난주 유럽 암학회에서만 약효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13편의 임상결과 논문이 발표됐다"며 "처음에 조사사실이 언론 보도되었을때 회장이 유튜브를 통해 발표하였듯, 최종적으로 사법당국의 심판에서 무혐의를 입증함으로써 임직원과 주주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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