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압박에 금감원, 'DLF' 항소 저울질…금융권 "또 정치논리 개입"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김남이 기자 2021.09.1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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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여당이 금융감독원을 향해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라고 촉구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결국 여당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항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과 달라진 금감원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5명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에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에 즉각 항소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들은 금감원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제재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므로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1심 재판부를 향해서는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든 금융사지배구조법 하위법령과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결국 항소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여당의 촉구가 금감원에겐 일종의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항소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금감원의 고민 지점이었을 텐데 여당에서 금감원이 패소할 경우에도 내밀 수 있는 변명 거리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항소하지 않으면 금감원은 향후 금융감독 행위에 대한 불신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깔아준 멍석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정치 논리가 금융에 개입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금감원장은 취임하면서 금융사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었다"며 "금감원이 DLF 판결에 대해 정말 항소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윤 전 원장이 무리하게 소송에 나선 이유도 여론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도 대선을 고려한 정치 논리가 개입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금융권 내 혼란은 불가피하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라임 펀드' 관련 하나은행에 대한 2차 제재심을 손 회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로 미뤘다. 판결 결과를 기준으로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위원회도 라임 펀드 관련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때 손 회장 판결 결과를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등은 금감원으로부터 '직무 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항소에 나서면 징계 관련 이슈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이슈가 결려있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안정화까지 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항소가 비생산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협회는 지난 6일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산업 내부통제 제도 발전 방안'을 금융당국과 국회에 공동 건의했다. 각사 이사회가 내부통제 오작동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자체 징계하는 등 자율규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황에서 법적 다툼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법원이 지적한 대로 제도를 보다 실효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선고 이후 판결문을 지난 3일 정식으로 받았다. 항소 기한은 이로부터 2주인 오는 17일까지다. 항소 여부를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 관계자는 "16일이나 17일 항소 여부 밝히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는 항소를 놓고 수차례 회의를 거치고, 검토했다. 일부에서는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의 항소 촉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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