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샤넬 매장 직원이 파업 티셔츠를 입고 '복장 파업' 쟁의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뷰티 불황이 장기화되며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을 견디지 못한 백화점 뷰티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로레알코리아와 샤넬코리아, 한국시세이도 3사의 백화점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노동쟁의를 개시하면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줄어든 임금과 온라인 유통 채널 전환에 따른 피해 보상을 위해 외국계 명품화장품 본사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번 쟁의에 참여하는 로레알코리아의 전국 백화점 매장 직원 조합원 수는 약 1000여명, 샤넬코리아의 샤넬뷰티 백화점 판매사원의 수는 400여명, 한국시세이도는 200여명으로 총 1600여명에 달한다.
로레알코리아 랑콤의 모델 수지의 '땡이돌' 파운데이션 홍보 이미지/사진=랑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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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장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도로 악화됐다. '방역'을 이유로 매장 1인 근무가 권장되면서 나홀로 매장을 지키는 직원이 증가했고 장시간 화장실을 못가 방광염에 걸리거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 발생했다. 로레알코리아의 경우 17개 브랜드 백화점 매장의 65% 가량이 3인근무 체제로 사실상 대부분의 매장에서 1인이 근무 중이다.
서울 시내 백화점 L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코로나19 이후 방역을 이유로 1인 근무가 권장되면서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진 반면 임금은 오히려 급감했다"며 "본사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인센티브를 받는데 코로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목표치가 제시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이후 뷰티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으로 수렴됐다. 로레알, 샤넬 등 외국계기업 임금체계는 기본급에 성과급(인센티브), 시간외근무로 이뤄진다. 기본급은 시간당 거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본사에서 제시한 목표치(매출)을 달성했을 때 받는 인센티브와 시간외 근무 수당이 급여의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백화점 매출이 반토막났지만 본사 측은 목표치를 10%포인트 하향 조정해주는데 그치면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본사에서 단축근무를 권장하면서 시간외근무 수당도 사라졌다.
시세이도 화장품 이미지
E브랜드에서 근무하는 C씨는 "본사에서 공식몰이나 SSG닷컴,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립스틱이나 에센스 1+1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절망에 빠진다"고 말했다.
김소연 샤넬코리아 지부장은 "외국계 본사는 탄탄한 이익을 내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노동환경 악화와 임금 감소의 부담을 매장 직원들만 지게 됐다"며 "줄어든 실질임금 감소분을 인정해서 보상하고 온라인 매출에 대한 매장 직원들의 기여도 또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레알코리아는 1993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번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의 파업 결의는 설립 이래 처음이다. 하인주 로레알코리아 지부장은 "회사 측과 20여차례 넘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지난 13일자로 조정은 결렬됐고 단체 파업권이 발생했다"며 "쟁의 기간에도 대화의 가능성은 계속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임박에 대해 샤넬코리아 본사 측은 "샤넬코리아 노조 지부에서 쟁의 시작을 알렸다"며 "현재 협상이 결렬된 상황이나 회사는 열린 마음으로 성실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