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P는 되고, 슬의생은 안되는 '콘텐츠 제값받기'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1.09.16 06:00
글자크기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


유료방송 시장에서 고질적인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없애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PTV(인터넷TV)와 방송채널사업자(PP) 간 콘텐츠 가격협상이 진행 중이고,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차제에 기형적인 거래관행을 바로잡아야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계약 이후 콘텐츠를 공급하는 원칙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사용료 배분율 조정을 통한 콘텐츠 사용료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달 8일 국회 '유료방송시장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정책 세미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를 비롯해 관련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핵심 주제는 CJ ENM (73,700원 0.00%)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업자와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SK브로드밴드·KT (33,300원 ▼350 -1.04%) 등 IPTV업체간 비합리적인 거래관행이다. 업계에는 방송사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먼저 공급하고 채널 공급에 따른 대가를 하반기쯤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이른바 '선공급후계약' 관행이 존재한다. 올해도 관련 가격협상이 이제서야 진행 중이다.

이같은 기형적 관행으로 방송채널사업자는 계획적인 투자가 어렵고, 프로그램사용료 산정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 방송채널사업자는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관련 가이드라인에도 프로그램 공급계약은 계약 만료일 이전에 마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당하지 않은 거래 관행, 콘텐츠 품질 약화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있다. 협상력을 기준으로 볼 때 콘텐츠 사업자의 안정적 투자와 사업 운영을 위해 채널 선계약후공급 원칙 적용이 필요하다"며 "다만 방송채널사업자 협상력 강화에 따른 공급거부와 계약지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행을 금지하는 관련 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지난해 12월 선공급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정희용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도 지난 4월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안은 상임위 법안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 중이다.

넷플릭스 디피 자료사진./사진=유튜브 넷플릭스 디피 예고편 캡처.넷플릭스 디피 자료사진./사진=유튜브 넷플릭스 디피 예고편 캡처.
프로그램사용료 배분율도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프로그램사용료는 IPTV업체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송플랫폼업체가 벌어들인 수익 중 방송채널사업자가 가져가는 몫이다. 배분율을 두고 매년 협상이 진행되는데 방송채널사업자가 적절한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방송채널사업자는 더욱 불리한 위치다.


김용희 오픈루트연구소 전문위원(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해외 20개 국가 44개 플랫폼 사업자와 16개 국가 41개 콘텐츠 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을 분석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방송채널사업자의 사업수익성(EBITDA 마진률)은 지난해 기준 9.00%다. 국내 IPTV업체의 방송 수신료 매출 대비 실시간 채널프로그램 사용료는 33%로 △미국(62.20%) △인도네시아(50.20%) 등보다 낮았다. 국내 IPTV 사업자의 수익성(EBITDA 마진률)은 20.19%로 방송채널사업자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업계에서는 해외 콘텐츠공급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지기 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공급업체는 다시보기가 가능한 OTT를 제공하는 반면 국내 방송채널사업자는 실시간 콘텐츠를 공급해 이용방식과 계약상 차이가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자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관행과 계약상 문제를 끊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