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업권별 점유율/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실시간 매매는 아니지만 ETF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로 향하는 '머니무브' 움직임이 다소 잦아들지 주목된다. ETF는 코로나19(COVID-19) 시대에 급부상한 상품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열풍이 분 영향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은 시간 차를 감수하면서까지 ETF를 취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중은행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지난해 ETF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는데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ETF 상품군을 갖추려 한다"며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없지만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은행의 ETF 실시간 거래를 둘러싼 논쟁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형평성 논란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금융위는 은행이 증권사처럼 실시간으로 ETF를 운용하는 건 상장증권의 '위탁매매' 업무라며 은행에 허용된 투자중개업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두고 퇴직연금사업자를 '위탁매매업자'가 아닌 '신탁업자'로 봐야 한다는 이견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는 신탁계약, 또는 보험계약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은행이 ETF를 실시간으로 운용하더라도 가입자 지시에 따라 투자중개업자가 아닌 신탁업자 지위에서 은행 명의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은행권, 보험권이 ETF 실시간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본 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퇴직연금 감독규정에서 ETF도 운용상품으로 포함하고 있어서다. 이를 근거로 업권별 차별을 두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점유율 면에서 은행이 51%, 생명보험사가 22.3%로 증권사(20.2%)보다 높다는 이유에서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에 허용된 ETF 운용과 관련해 사업자별로 차별을 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관련 법과 감독규정에서는 신탁계약, 보험계약 등 계약형태별로 운용에 대한 규제사항을 정하고 있을 뿐이지 업권별 규제는 따로 정한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 연금시장이 더 발전해야 하는데 ETF의 경우 선택권이 제한됨으로써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고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