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카카오 떠나면 어쩌나...벤처투자시장 '빨간불'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고석용 기자 2021.09.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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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머니] 국내 M&A 시장 위축 불가피...해외투자 확대 '풍선효과' 우려도

'M&A 큰손' 카카오 떠나면 어쩌나...벤처투자시장 '빨간불'


플랫폼 왕국 카카오 (46,750원 ▼1,000 -2.09%)가 카카오모빌리티 등 사업 축소·중단을 선언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해온 카카오가 성장 전략을 바꿀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벤처투자 회수시장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가 국내 사업을 축소·중단하는 대신 해외 스타트업 투자나 M&A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15일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 41개를 포함해 158개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23,800원 ▼950 -3.84%), 카카오게임즈 (20,200원 ▲200 +1.00%) 등 시가총액 100조원 규모의 상장사 3곳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티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주요 계열사다.

계열사는 매년 수십개씩 증가했다. 5년 전인 2016년말 70개(해외 17개)에서 2019년말 113개(29개), 지난해말 138개(해외 33개)로 늘었다.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2014년말(36개)보다는 4배 이상 늘어났다. 올 상반기 증가한 19개 중 89%(17개)는 M&A 등 투자로 추가됐다. 계열사에 편입되지 않은 채 지분투자를 한 곳도 64개에 달한다. 투자규모는 3조3200억원 수준이다. 5년 전(2조39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내 스타트업 M&A '큰 손' 역할 위축 우려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과 별개로 카카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기존 대기업들 이상이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M&A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해왔다. 온·오프라인(020) 서비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목표가 카카오나 네이버와 M&A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도 앞으로 자금회수 계획을 설명할 때 카카오 등에 인수될 가능성을 빼놓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든 구독서비스 스타트업 대표는 "여전히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투자사나 창업자들한테는 최상의 자금회수 수단으로 창업 이후 성장 단계에서는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임직원끼리는 농담과 진심을 섞어서 '성공해서 꼭 카카오 직원이 되자'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카카오는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독자적으로 진행한 경우보다 M&A를 통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스크린골프업체 '마음골프', 증권사 '바로투자증권', 영어교육업체 '야나두', 차량호출서비스 '럭시', 게임개발사 '넵튠', 여성 쇼핑몰 '크로키닷컴(지그재그)'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모빌리티, 금융,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M&A를 해왔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기업 운영 방향성을 제시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에서 철수하며, 택시 유료 호출도 폐지한다. 골목 상권 침해 비판 여론과 정부·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조치다.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전체회의를 통해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중심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 위한 3,000억원 5년간 조성 등 향후 기업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카카오T 택시. 2021.9.14/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기업 운영 방향성을 제시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에서 철수하며, 택시 유료 호출도 폐지한다. 골목 상권 침해 비판 여론과 정부·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조치다.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전체회의를 통해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중심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 위한 3,000억원 5년간 조성 등 향후 기업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카카오T 택시. 2021.9.14/뉴스1
벤처투자 자금회수 M&A 비중 5% 안팎…IPO 8분의 1 수준 그쳐
업계에서 카카오의 빈자리를 우려하는 것은 열악한 국내 M&A 시장 환경 때문이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자금회수 방법이 기업공개(IPO)에 편중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VC) 회수원금 1조6450억원 중 M&A와 장외매각의 비중은 32.2%다. 이중 M&A는 5% 안팎으로 알려졌다. IPO(38.1%)의 8분의 1 수준이다. IPO 쏠림현상으로 국내 벤처투자시장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M&A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보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카오처럼 M&A를 통해 성장하는 빅테크가 위축될 경우 정부의 M&A 활성화 방안도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 계열의 창업투자사 임원은 "(이번 카카오 사태는) 벤처투자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쉽게 생각하면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려던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불확실성을 따져봐야 하는 국내 투자보다 차라리 해외 투자나 M&A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백기투항은 앞으로 국내 빅테크 플랫폼들을 압박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창업투자사 대표는 "국내 M&A 시장에서 카카오나 네이버가 차지하는 역할은 삼성 같은 대기업보다 컸다"며 "카카오의 선례는 M&A 등 투자시장이 위축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따라야하는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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