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재산권 보호, from 공개매수 to 주비이보(충실의무)

머니투데이 유일한 MTN기자 2021.09.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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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지분 매각시 소수주주 공개매수 OECD중 한국만 유일하게 배제
주주평등권, 미국 유럽 홍콩 일본은 이사의 충실의무로 보호..한국만 지배주주 '내 맘대로'
상법 개정해 주비이보 정상화하고 국민연금과 21세기 동학개미 계좌 보호해야

편집자주 ‘주주의 비례적 이익(Shareholder's proportionate Interests) 보호’라는 개념은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의 번성을 이끈 법과 제도의 근간이다. 풀어 쓰면 매우 쉽다.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차별 없이 모든 주주는 가진 지분만큼 재산권을 보호받는다는 말이다. 누구로부터? 주식회사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로부터. 미국은 이사회도 아니고 지배주주가 알아서 비지배주주(소수주주)를 보호해야한다는 인식과 실행까지 나아간 상황이다. 주주의 권리란 무엇인가. 주총에서 한 주당 한 표를 행사할 의결권과 배당금 등을 지분만큼 가질 재산권을 일컫는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 유럽 홍콩 심지어 일본의 모든 주주들은 주비이보를 누린다. (일본의 주주들께 조금 죄송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맨 후반에 배치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국가와 사회, 기업의 번성, 그리고 각 가정의 안전과 행복을 꾀하는 대부분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주요국중 예외인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소수 주주들만 법의 미비로, 지배주주 중심의 자본시장 생태계 속에서 주비이보 울타리 밖에 방치돼 있다. 사사건건 소중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본인들이 이렇게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속에서 편취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소수주주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칼럼에서 다소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특정기업과 지배주주, 자본시장 플레이어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시장참여자들의 사고와 전략,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가 주비이보의 정신에 맞게 정비되는 게 먼저다. 모든 주주의 윈-윈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0. 지배주주라고 100% 프리미엄 보장, 13년 소액주주는 제로..한국만의 방식



사건은 지난 3일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아니 태초부터 잉태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조창걸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는 30.2%의 지분을 시가보다 약 100% 높게 팔려고 한다. 반면 9.7%의 지분율 보유한 2대주주로서 13년이나 함께 해온 자신들은 프리미엄커녕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테톤 캐피탈 측은 ‘회사의 업무에 관한 지배권을 의미하는 경영권은 지배주주가 아니라 주주 전체의 재산에 해당한다.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이익을 내서 주는 배당처럼 주주 모두에게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분배하는 게 당연하다’고 호소한다.

동학개미 재산권 보호, from 공개매수 to 주비이보(충실의무)


의무공개매수 제도, 우리에게 낯설지만 오래전 20세기에 굵고 짧은 만남이 있었다.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의 활력을 위해 여러 차례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경영권 방어와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재계와 여기에 동조하는 많은 분들의 활약(?)에 번번이 좌초했다.
한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의 말이다.
1. 꼬리를 무는 주주평등권 침해의 사례들, 이해상충 거래 갈수록 노골적

법과 제도의 구멍(한자어로 미비 또는 흠결)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과정에서도 지배주주(MBK파트너스)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인정됐고 그 결과 MBK는 2조원이 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진행중이다.

동학개미 재산권 보호, from 공개매수 to 주비이보(충실의무)

국민연금 얘기가 나와서 잠깐 덧붙이면...
2. 해외의 공개매수제도를 들여다보니..

북미나 유럽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사정이 우리와 같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반면 우리만 지배주주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소수 주주는 공개매수 없이 방치된다면?
영국
프랑스
일본

<매우 빈번한 미국의 초대형 M&A>
동학개미 재산권 보호, from 공개매수 to 주비이보(충실의무)
Source: Intellizence M&A Dataset
3. 미국의 사례는 돋보기로 검증하자

미국은 유럽보다 더 엄격하다. 의무공개매수를 명시하지 않는다. 대신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더 엄격한 소수주주 보호를 요구한다.
*최근의 사례
2)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뉘앙스(Nuance Communications)라는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100% 지분 인수다. 인수가는 주당 56달러로 전날 종가에 23%의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막대한 의결권 가치가 증발하는 사례도 등장
미국의 경영권 인수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의 말이다.
삼성전자의 차 부품회사 하만 인수는 2017년3월 마무리됐다. 물론 100% 지분 인수였다. 하만의 주주들은 지배주주, 비지배주주 할 것 없이 주당 112달러를 현금으로 받았다. 삼성이 책정한 기업가치는 80억 달러였다.
4. 대안은 무엇일까... 공개매수를 넘어 주비이보
경영권 지분 매각시 비지배주주에 대한 공개매수의 유무는 이처럼 주주간 계좌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
24년 전 잠깐이지만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하는 저력을 선보였던 우리의 경우 당연히 관련 규정이 있다. 상법 제382조의 3항이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이사가 회사를 위해 불법을 하지 않고 정관에 따라 충실하게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규정이다. 횡령이나 배임 같은 배신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판결문의 일부를 길지만 인용한다.
CB를 제3자에게 저가 발행하는 의사결정을 두고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뿐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회사와 주주를 완전히 분리해 판단한 결과에 따라 이사에게 배임의 불법이 있지 않다는 다수 의견이었다.
여기서 잠깐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71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현황(9월1일 발표)을 잠깐 보자. 공정위가 총수라고 지칭한 최상위 지배주주 쉽게 말해 회장이 있는 그룹이 60곳, 나머지가 11곳이다.
회장이 지배하는 60개 그룹의 평균 내부지분율(계열사 전체 자본금에서 회장과 친척, 국내외 계열사, 자기주식, 비영리재단 등이 보유한 자본금의 비율)은 1년 새 1%포인트 증가한 58%에 달했다.
에버랜드 CB 대법원 판결과 공정위 내부지분율을 조합하면
상법을 바꿔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회사를 법인으로 좁혀보는 매우 편협한 해석이 주류인 만큼 법 조항에 '주주'를 첨가하면 된다.
5. 상속세법이 제일 문제인가

주식투자를 꽤 높은 수준에서 정상적인 방법(장기투자, 가치 투자)으로 하는 자칭 주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한국시장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과도한 상속증여세율을 꼽는다.
세금을 많이 내고픈 사람은 없다. 절세가 인지상정이다. 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하고 상장사는 100% 시장가격에 따라 세액이 결정되니, 상속증여를 앞둔 지배주주라면 주가가 낮은 게 유리하다.
필자는 반만 동의한다. 상장사의 상속세 기준을 100% 유통시장 가격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정확한 처방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소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죄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곤욕을 치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러저러한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궁리하며 비지배주주의 이익 편취를 꾀하는 지배주주와 이를 지원사격하는 이사, 법률 전문가, 회계 전문가들이 분명 존재한다. 왜 아니겠는가. 돈이 되기 때문에. 그것도 한방에 큰 돈이 되는 자본거래 아니런가. 게다가 불법이 아니라는데. (수익거래와 자본거래의 본질과 주비이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논하기로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위해 앞장서 상법 382조 3항의 개정을 들고 나서길 바란다. 차면 기우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했다. 그간 '참 많이 묵으따 아이가'

숱한 이해상충 자본 거래 속에서 주주평등권을 보호받지 못해 자신들의 계좌가 서서히 녹아드는 느낌이 왔거나 우여곡절 끝에 인지한 21세기 동학개미들은 물론이다.

국민연금을 물주 삼아 해가 갈수록 경영권 인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모펀드들도 예외가 아니다. 머지 않은 날 이사의 충실의 의무가 정상화되고 주비이보가 실현될 때를 대비해야한다. 실기하면 비싸게 산 경영권 지분을 소수주주들과 같은 조건으로 되파는 낭패(!)를 당할 수 있어서다.

필자의 장기시황 전망으로 마무리 한다. 주비이보(株比利保)의 모멘텀이 자본시장에 꿈틀대는 그때 코스피지수는 킬리만자로(5895)를 넘어 에베레스트(8848)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러고 보니 2022년3월, 바야흐로 다음 대통령 선거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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